영화 ‘저수지의 개들’(1992) ‘피아노’(1993) ‘펄프픽션’(1994) ‘그랜드부다페스트 호텔’(2014) 등에 출연한 할리우드 스타 하비 케이틀(76)이 한국을 처음 찾았다. 케이틀은 최신 출연작 ‘유스’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됐다. 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동서대 센텀캠퍼스에서 만난 그는 심상치 않은 몸짓과 배우로 성격파 배우다운 면모를 보였다.
케이틀은 한국을 내한한 이유에 대해서 “내 영화를 본 한국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며 그들의 생각과 내 생각을 공유하고 싶어 왔다”고 말했다. “그들과 함께 술을 마시거나 저녁을 먹으면서 서로의 경험과 생각을 교류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후 말도 인상적이었다. 취재진을 향해 “다 같이 술 한 잔 하러 가는 게 나을 것 같다. 다음에 기자간담회 할 때는 술을 좀 더 가져와야겠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그는 부산영화제 참석에 대해선 “공식적으로 사람들과 직접 접촉하는 행사”라며 “내가 한국문화에 익숙해지기 위한 첫 번째 단추이자 교육일 수 있다”고 의미를 뒀다.
이번이 첫 방한이나 그는 한국과 남다른 인연을 맺어왔다. 심형래 감독의 영화 ‘라스트 갓 파더’(2010)에 출연해 국내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는 ‘라스트 갓 파터’에서 뉴욕을 주름잡는 마피아 조직의 보스이자 영구(심형래)의 아버지 돈 카리니를 연기했다. 케이틀은 심형래 감독에 대해 “굉장히 재능 있고 창조적인 배우”라며 “미국과 한국에 대한 아름다운 코미디 이야기를 쓴 게 훌륭했고 찰리 채플린을 떠올리게 했다”고 치켜세웠다. 그는 “기억에 남는 작업이었다”고도 회상했다.
케이틀의 최신작 ‘유스’는 은퇴한 세계적인 지휘자 프레드(마이클 케인)와 그의 친구인 노장 영화감독 믹(하비 케이틀)이 스위스 호텔에 머물며 젊은 날을 회상하는 이야기다. 레이첼 와이즈와 제인 폰다가 출연하고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도 함께 해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다음은 케이틀과의 일문일답.
-한국에 첫 방문이다. 왜 이제서야 왔는지.
“한국에 대한 첫 인상은 기내였다. 대한항공을 타고 왔는데 놀랄 정도로 쾌적했다. 한국에 오기까지 많이 늦었지만 이제라도 왔으니 많은 것을 경험하고 가겠다.”
-’유스’에서 맡은 역할이 영화감독이다. 영화 속 캐릭터처럼 끈기 있게 영화를 계속 할 것인가.
“나이가 들었다고 하셨는데 지금 여전히 영화를 하고 있는 것으로 봐서는 답이 된 듯하다(웃음). 내가 지금 인생에서 걷고 있는 단계는 모두가 걷게 될 단계다. 자신이 취할 수 있는 경험을 최대한으로 해봐야 한다. 사실 이 말을 하면서 슬프다. 현재 세상에는 많은 생명들이 정말 빨리 지고 있는 것 같아서다.”
-수많은 작품을 하고도 더 경험할 것이 남았나.
“어떤 자각을 위해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를 위해서는 더 많은 작업을 해야 할 듯하다.”
-마틴 스콜세지, 쿠엔틴 타란티노, 웨스 앤더슨 등 여러 감독들과 작업하면서 어떤 영향을 받았나.
“언제 한 번은 그것에 대해서 책을 써야 할 것 같다. 우리 같은 사람은 꼭 언젠가는 답해야 할 질문이다. 어떻게 단순하게 대답을 해야 할 지 모르겠다. “
-하비 케이틀하면 어떤 수식어를 얻고 싶나.
“내가 죽기 전에 전화를 해서 하비 케이틀에게 무엇이 어울릴지 말해주길 바란다. 하하. 그때 나를 정의할 수 있는 말을 정해주셨으면 한다.”
부산=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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