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거 140일 만에 나와 결백 주장
‘성완종 리스트’사건으로 기소된 이완구(65) 전 국무총리가 칩거 140일 만인 2일 법정에 나와 재차 결백을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장준현)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이 전 총리는 “돌이켜 보면 올해 3월 총리 담화 등에서 해외자원개발 투자 손실 우려로 강력한 대책을 주문했는데, 때마침 검찰의 자원개발 수사와 맞물렸다”며 “고인이 구명운동 중 제 원칙적 답변에 섭섭함을 가졌으리라 짐작해봤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더 충격을 준 것은 ‘비타 500’ 박스 관련 얘기로 (금품을 받았다는) 허위 사실이 인터넷에 돌고 패러디까지 등장했다”며 “수사기록 어디에도 문제의 비타 500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법원 청사에 도착해 “이 세상에 진실을 이기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검찰 조사 후 했던 말을 되풀이 했다. 그러면서 성 전 회장을 만났는지는 “법정에서 말하겠다”며 답을 피했다.
검찰은 이날 2013년 이 전 총리의 충남 부여ㆍ청양 보궐선거 출마 당시 사무장이던 신모씨가 자신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확보한 자료를 유죄 입증의 증거로 제시했다. ‘4월 4일 상황제출’ 항목이라고 적힌 자료에는 선거 기간 방문한 현역 의원 25명 중 ‘나머지’란에 성 전 회장의 이름이 적혀 있다. 이에 대해 이 전 총리의 변호인은 “작성자가 기사를 보고 역으로 작성한 것으로 법적 근거가 될지 여부가 의문이며, 이와 관련해 파악한 경위를 서면으로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성 전 회장 보좌진들의 카톡 대화방에서 수행 비서 금모씨가 ‘지금 부여사무소 거의 도착했습니다’라고 남긴 메시지 등도 공개했다. 또 성 전 회장의 일정표를 대부분 작성했다는 임모씨도 검찰 측 증인으로 나와 “굵은 글씨로 적힌 일정은 확정됐거나 이미 한 거를 표시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성 전 회장의 2013년 4월 4일 이 전 총리 선거사무실 방문 일정은 굵은 글씨로 적혀 있다. 이 전 총리는 성 전 회장으로부터 당시 3,000만원이 든 쇼핑백을 건네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올해 7월 불구속 기소됐다.
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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