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발사 임박 징후 없다"
은하 3호 망신 염두 완성도 신중
전문가들 "늦춰질 뿐 포기 안해"
북한이 예고한 장거리 로켓 발사 시점이 10일 노동당 창건일 이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통상 로켓 발사 준비에 열흘 정도가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물리적으로 10일 이전 발사는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다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발사 시기가 늦춰졌을 뿐,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했다.
2일 정부 당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움직임과 관련 “임박했다는 징후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날 일본 아사히 신문은 평양시 산음동의 무기공장에서 출발한 것으로 추정되는 화물열차가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으로 향하는 움직임을 한미일 3개국이 확인했다며 북한의 로켓 발사 준비가 본격화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평양 주변에서 화물열차 움직임은 많지만, 동창리로 간 열차는 없다”고 밝혔다.
북한은 장거리 로켓 발사 전 민간 선박과 항공기의 안전을 위해 국제해사기구(IMO)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사전 통보하는 절차도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로켓 이동, 조립, 연료 주입 등에만 최소 7일에서 10일이 걸리는데 현재로선 10일 이전 발사 가능성은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과 전문가들은 북한이 가시적인 로켓 발사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 데 대해 기술적 측면에서 아직 완벽하게 준비가 덜 된 탓이 크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2012년 4월 대대적으로 외신기자들까지 불러 은하 3호 로켓 발사를 선전하려다 발사에 실패하는 바람에 공개 망신을 당한 적이 있어 이번에는 극도로 신중을 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북한 우주개발국 과학개발국장도 지난달 23일 미국 CNN 방송과 인터뷰에서 “로켓 발사 자체는 매우 어렵고 까다로운 절차이며, 로켓 발사 자체는 모든 중요한 과학 및 기술 요소의 집약체”라며 “우리가 특정한 명절이나 기념일에 로켓을 발사할 거라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은 무리하게 잘못됐다”고 말한 바 있다. 당 창건일 등 특정한 날짜를 고집하기 보다는 충분한 기술적 준비가 갖춰졌을 때 발사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일각에선 북한이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일부러 발사 시기를 조절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사일 카드를 활용할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을 보느라 뜸을 들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16일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직전 발사를 노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최근 남한 당국과 미국이‘10월 도발설’을 퍼트리고 있다며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에서 일부러 10월을 넘기거나, 12월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4주기 등 다른 기념일에 맞출 가능성도 제기된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로켓을 쏘겠다는 의지는 매우 강하다”며 “자주적 권리라고 대내외에 천명해 정치적 효과를 거둔 이상 국제적 압박 여론에 밀려 포기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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