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건당 3000원' 시범운영
"승차거부 단속해야지 웬 웃돈
풍선효과로 타지역 승차난 가중"
시민·전문가 반응 싸늘
서울시가 고질적인 택시 승차난이 발생하는 금요일 심야 강남역 일대에서 승객을 태운 택시에 ‘1건당 3,000원’의 웃돈을 얹어주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승차 거부로 승차난이 발생하는 현실은 외면한 채 단속 대상 택시에게 오히려 세금으로 인센티브를 주는 꼴이라는 지적이다. 특정지역에서만 혜택을 주면 풍선효과가 발생, 타 지역의 승차난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일 서울시의회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심야 승차난 해소를 위한 지원사업에 서울시가 필요한 재정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택시기본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이 최근 시의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시는 우선 이달 말부터 매주 금요일 밤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2시까지 강남대로의 지정된 택시 승차대인 ‘택시해피존’을 시범 운영한다. 신논현역 사거리부터 강남역 사거리까지 770m 구간이 이에 해당한다.
시는 ‘택시해피존’에서 고객을 태우는 개인ㆍ법인택시에 영업 1건당 3,000원을 지원키로 했다. 시는 시민 반응이 좋을 경우 내년부터 종로와 홍대입구 등에도 택시해피존을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여기에 들어가는 예산은 시범 시행기간에는 개인ㆍ법인택시 조합에서 부담하고, 내년부터는 시가 예산을 편성해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단 예상했던 것만큼 승차난 개선 효과가 없으면 시범 사업으로 그친다는 설명이다.
서울시의 발상에 대해 시민과 전문가 모두 싸늘한 반응이다. 승차 거부 택시에 대한 단속 권한과 책임이 있는 서울시가 혈세로 일종의 ‘준법 사례금’을 지급하겠다는 발상이라는 것이다.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승차거부의 경우 처음 적발시 과태료 20만원, 2번째는 자격정지 30일과 과태료 40만원, 3번째는 ‘삼진아웃’으로 자격이 취소되고 과태료 60만원을 내야 한다.
회사원 이일국(41)씨는 “당연히 태워야 할 승객을 태웠다고 시 예산으로 인센티브를 지원한다는 게 상식적인 정책이냐”면서 “택시들이 인센티브를 주는 특정 지역으로만 몰려 다른 지역에서 또 다른 승차난이 발생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 역시 승차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상욱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심야 택시 승차난은 개인택시의 영업 거부 영향이 가장 큰데 금요일에만 3,000원의 인센티브를 준다고 택시 공급이 과연 늘어날지 의문”이라면서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기보다는 고육지책에 내놓은 ‘반짝 아이디어’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서울시 택시정책과 관계자는 “한 달간 심야영업을 한번도 하지 않는 개인택시 운전자가 30.9%에 이르는 등 심야 택시의 수요 대비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고질적인 승차난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택시해피존 운영이 승차거부를 허용하는 것은 아닌 만큼 단속도 지속적으로 병행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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