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사에 특허·실용신안 무상 대여
80억원 상생협력펀드도 증액 방침
'포니정 재단' 청년 인재 발굴 앞장
인문학 신진 학자에 학술 지원도
올해 HDC현대산업개발은 ‘유통 강자’라는 새 이름을 얻었다. 오너 정몽규 회장이 직접 나서 호텔신라와 손잡고 입찰 업체 중 1위의 성적으로 시내 면세점 사업권을 따낸 결과다. 덕분에 현대산업개발은 ‘사업 다각화’라는 숙제도 손쉽게 풀게 됐다.
현대산업개발이 높은 점수로 면세점 사업에 진출한 데는 신라호텔이란 강자와 합작한 영향도 있지만 ‘지역 상생’ 카드도 한 몫 했다는 평가가 많다. 코레일과 함께 철도관광 프로그램을 개발해 지방 관광 활성화에 적극 나설 생각이고, 오랜 침체로 상권이 가라앉은 용산지역도 ITㆍ전자 관광지로 부활시키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또 면세점 안에 중소ㆍ중견기업 전용관을 만들어 지속적으로 이들과 ‘상생’할 것이라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면세점 사업처럼 큰 일에만 ‘상생’을 외치는 것은 아니다. 현대산업개발이 펼치는 캠페인이나 사업을 살펴보면 ‘중소기업과 함께 잘 살자’는 의지가 엿보인다.
모든 사업은 ‘동반성장’이 기본
4일 현대산업개발에 따르면 이 회사는 2011년부터 매년 우수 협력사를 선정ㆍ시상하고, 이들과 동반성장을 하겠다는 협약식을 열고 있다. 김재식 사장과 임직원, 협력사 대표 등 50여명이 모이는 큰 행사다. 지난 3월 용산 본사에서 가진 협약식에서 현대산업개발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규정한 하도급 법규 준수를 위한 4대 실천사항 성실 준수 ▦협력 회사 재무 건전화 지원 ▦결제조건 개선 ▦기술개발 촉진 지원 ▦전문능력 제고 등 상호 경쟁력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 지원 등을 약속했다.
이런 약속은 구호에만 머물지 않는다. 2010년 9월부터 현대산업개발은 협력사에 무이자로 자금을 대여해주고 있다. 또 상생협력펀드를 조성해 시중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은행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현재 80억원 규모인 상생협력펀드는 올해 안에 50억원을 증액할 예정이다. 이밖에 현대산업개발이 해외에서 플랜트 사업 등을 벌일 때, 협력사가 동반진출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며, 협력사 대표를 초청해 간담회를 열거나 수시로 현장을 방문해 애로사항을 듣는 등 일상적 소통에도 힘쓰고 있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건설사 협력사들은 영세한 업체가 많아 재무건전성을 강화하는 게 필수”라며 “하도급대금 지급기일 단축과 순수 현금결제 비율을 높이려는 것도 공생을 위한 노력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자금지원 외에 협력사의 경쟁력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무상으로 특허와 실용신안을 빌려주고 있으며 협력사와 신기술을 함께 개발해 공동 특허출원하는 작업도 꾸준히 하고 있다. 또 협력회사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업무능력 향상 및 품질 개선에 대한 교육을 수시로 진행하고 있다. 인재육성과 기술개발, 품질향상 등 실질적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회사 관계자는 “이런 활동이 궁극적으로는 협력사뿐 아니라 회사에도 큰 성과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협력사의 기술 역량이 높아지면 결국 우리 현장의 시공 품질도 함께 향상되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현장품질 개선과 협력사의 자율적 안전관리를 위해 2003년 출범시킨 안전품질위원회에도 현대산업개발은 매년 주요 협력사 관계자들을 안전품질위원으로 임명하고 있다. 건설사와 협력사는 갑을 관계가 아니라 사업을 함께 진행하고 안전을 같이 책임지는 ‘공동 구성원’이란 뜻이 담겨 있다.
오너도 사재 털어 123억원 기부
현대산업개발은 사회공헌도 윤리 경영의 일부로 생각한다. 관련 활동은 ‘포니정 재단’을 통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포니정 재단은 국내기술로 만든 최초의 자동차 ‘포니’ 개발을 주도한 고 정세영 명예회장의 업적과 공로를 계승하는 취지로 2005년 세워졌다. 최초 260억원 규모로 출발했는데 현재까지 이 재단을 거친 국내외 장학생만 700명이 넘는다. 학업에 뜻이 있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운 대학생들에게 등록금 전액을 지원하고 이들을 회사 인턴으로 채용하는 등 청년 인재 발굴에 힘쓰고 있다.
2008년부터 진행 중인 학술지원 사업도 매년 인문학 분야 신진학자 2명을 선발해 1년간 총 4,000만원의 연구비와 1,000만원의 출판지원금을 각각 지원하고 있다.
포니정 재단에서는 매년 사회 각 분야에서 혁신을 주도한 개인 및 단체에게 ‘포니정 혁신상’을 수여하기도 한다. 2006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시작으로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 가나안농군운동 세계본부, 차인표ㆍ신애라 부부,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석지영 하버드대 로스쿨 종신교수, 김연아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이 상을 탔다.
아무리 좋은 공헌 활동도 자금이 바닥나면 하기 어려운 법이다. 이런 걱정 없이 재단이 영속적으로 장학사업과 학술지원 사업을 펼칠 수 있게끔 정몽규 회장은 지난 4월 123억원 상당의 개인주식을 출연하기도 했다. 이로써 재단 출연금도 약 380억원으로 불어났다.
임직원들도 재능기부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도서관 조성사업이다. 직원들은 자발적으로 도서를 기증할 뿐만 아니라 도서관 내 공부방을 만들어주거나 바닥장판 교체, 페인트칠, 천장 보수 등 시설 보수작업을 꾸준히 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전북 군산 1호점을 연 이후 지금까지 경북 문경 2호점, 경남 밀양 3호점, 경기 평택 4호점 등 총 4곳에서 작은 도서관이 현대산업개발 임직원들의 손을 거쳐 문을 열었다.
강아름기자 sara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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