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지지율이 약세로 돌아선 도널드 트럼프를 향한 미국 공화당 주류 진영의 퇴출 압력이 노골화하고 있다. 공화당 지지 성향 언론이 중도 사퇴를 요구하고, 전직 공화당 대통령 후보마저 나서 ‘트럼프는 대통령 후보감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1일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2012년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로 나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맞붙었던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트럼프가 공화당 최종 후보가 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이날 워싱턴시 조지타운대 경영대학원 강연에서 “나는 한번도 공화당 최종 후보로 트럼프가 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으며, 민주당 역시 사회주의자(버니 샌더스 의원)가 후보로 나설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인기 비결에 대해 “누구라도 머리에 불을 붙이면 TV에 얼굴을 비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행과 과격 발언을 일삼는 트럼프에 대한 미국 언론의 과도한 집중이 일시적 인기의 비결이라는 진단이다.
롬니 전 지사는 대신 공화당 최종 후보로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와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을 사실상 지목했다. 15명이 난립한 공화당 주자들을 ‘비주류ㆍ선동적’그룹과 ‘주류ㆍ보수’그룹으로 구분한 뒤 부시 전 지사와 루비오 의원, 칼리 피오리나 전 HP 최고경영자 등이 속한 ‘주류ㆍ보수’에서 최종 후보가 낙점될 것으로 예상했다.
보수성향의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괴짜는 퇴장하라’라는 칼럼을 통해 트럼프의 중도 사퇴를 강력하게 촉구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차 공화당 후보 토론 이후 트럼프의 지지세가 현저하게 위축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토론 전까지만 해도 30%에 달했던 지지율이 열흘 간 23%로 하락했고, 최근에는 21%까지 밀렸다고 소개했다.
이 신문은 트럼프에 대한 일반 대중의 지지율은 탄력을 잃어가고 있으며, 앞으로 지지율이 하락할 일만 남았다고 전망했다. 또 조만간 인기가 2위, 3위로 밀려날 것이며 1위 주자를 헐뜯는 트럼프의 비난 강도가 높아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런 국면이 지속된다면, 각 주 별로 최종 후보를 결정하는 예비선거가 치러지는 내년 초에는 트럼프는 지지기반을 다른 경쟁 후보에 모두 빼앗기고 경선의 낙오자로 남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나마 자존심을 유지하려면 경선을 포기하고 그가 그 동안 이뤄낸 것을 즐기는 방법을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