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올 시즌 순위 싸움은 유례가 없을 만큼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예년이면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3위 싸움도 예외 없다. 와일드카드 제도 도입으로 3위와 4위의 차이가 매우 커졌기 때문이다. 4위로 시즌을 마감할 경우 와일드 카드 결정전을 통해 준플레이오프(PO) 티켓을 따내야 한다. 1일까지 공동 3위에 머물러 있는 넥센과 두산이 단독 3위를 확보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총력전을 펼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나 선발진이 약한 넥센에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여파가 더 클 수 있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우리에게는 타격이 더 크다. 선발이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넥센은 밴헤켄과 피어밴드를 제외하고 확실한 믿음을 주는 선발 투수가 없다. 와일드 카드 결정전에서 4위 팀에 먼저 1승을 부여하고, 1승 또는 1무승부를 기록하면 준PO에 진출할 수 있지만 에이스를 먼저 소진하고 3위 팀을 만나야 한다. 3위와 준PO 맞대결에서 불리해질 수 밖에 없다.
여기에 '5위' 팀과 맞붙는 데서 오는 부담도 크다. 염 감독은 "첫 경기가 정말 부담될 거다. 두 팀 다 1선발이 나오지 않겠나. 포스트시즌에서는 페넌트레이스에서의 승률이 전혀 의미가 없다. 양 쪽 다 100%의 힘을 내기 때문에 쉽게 예측할 수 없다. 정규시즌과는 프레임 자체가 다르다"며 "만약 4위팀이 1차전을 지면 더 쫓기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위 팀은 '이기면 좋고, 지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을 이해 받더라도 상위 팀이 진다는 건 더욱 큰 부담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은 '4위'지만 염경엽 감독은 와일드 카드 도입에 대해서는 찬성의 입장을 나타냈다. 염 감독은 "예전에는 3위와 4위의 의미가 없었다"며 "5위만 혜택을 받는 것 같지만 4, 5위 팀들이 한 단계를 더 거치고 포스트시즌에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1~3위도 혜택을 본다"고 설명했다.
흥행카드로서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올해는 일찌감치 '4강권' 팀들이 정해졌다. 하지만 막판까지 알 수 없는 5위 싸움으로 관중들의 시선을 단단히 붙잡아 두고 있다. 염 감독은 "와일드 카드 도입으로 (순위 싸움이) 재미는 있지 않았나. 기회가 한 번 더 주어지는 것이다. 팬들도 재미를 느끼고 있다. 나쁜 제도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포스트시즌에서도 그 와일드 카드 결정전이 흥행의 시작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물론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3위를 확보해 준PO로 직행하는 것이다. 염 감독은 "남은 경기에서 모두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