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은퇴식이 많은 추억을 떠올리게 하네요."
송지만(42) 넥센 코치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19년의 세월을 돌아보던 그는 "그래도 오늘이 가장 뜻 깊은 날인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했다.
지난 1일 목동구장에서는 넥센과 한화의 경기를 앞두고 송지만 코치의 은퇴식이 열렸다. 1996년 한화에 입단해 프로 생활을 시작한 그는 2003시즌 후 현대로 트레이드 됐고, 지난해 넥센에서 은퇴했다. 늘 씩씩하고, 성실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켰던 그는 은퇴식 날까지도 예의 그 환한 웃음을 잃지 않았다. 송지만 코치는 "은퇴식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나. 믿기지가 않고, 새롭다. 그동안 잘해왔다고 인정을 받는 것 같아서 뿌듯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신인 선수' 송지만의 첫 목표, 프로에서 5년만 버티자'
'레전드'가 될 거라곤 상상도 못하던 시절이 있었다. 송지만 코치는 "처음 프로에 들어왔을 때 동기들과 이야기하다 '내가 5년 동안 이 팀에서 버틸 수 있을까'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때 처음으로 '프로 생활 5년'을 목표로 했다. 19년간 선수 생활을 하면서 그런 목표가 큰 동기부여가 된 것 같다"고 돌아봤다. 작은 목표 하나, 하나를 이뤄가다 보니 이 자리까지 왔다. 그는 19시즌을 뛰며 국내 프로야구에서 역대 10번째로 많은 1938경기에 나왔다. 통산 타율 0.282, 311홈런 1030타점을 기록해 홈런과 타점은 각각 6위, 9위에 올라있다.
그는 "지나고 보내 내가 가지고 있는 개인 기록 같은 게 놀랍더라. 내가 프로 세계에서 잘 했다는 게 의아할 때가 있다. 이런 몸으로 덩치가 좋은 선수들과 해서 어떻게 버텼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선택 받은 사람이 아니었나 싶다. 은퇴식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나"라며 벅찬 마음을 드러냈다.
아버지, 남편으로서 더 당당했던 날
이날 그의 은퇴식에는 아내 김선아(42) 씨와 아들 승화(16), 승민(14) 군이 함께 함께 자리했다. 송 코치는 "(은퇴식 덕분에) 두 아들들에게 아빠의 권위가 더 살아난 것 같다"며 빙긋 웃었다. 한때는 너무나 당연했던 '프로야구 선수'로서의 아빠는 더 이상 보여줄 수 없지만, 유니폼을 입었던 아빠가 얼마나 멋진 사람이었는지 은퇴식을 통해 짐작케 해줄 수 있었다.
송지만 코치는 "최근에 (내가 뛰었던) 한국시리즈가 TV에 나오더라. '아빠 나온다'며 아이들을 불러서 보게 했다"며 "아빠가 매일 TV에 나오는 게 당연했을 때가 있었는데 이제 그런 것도 적어지고, 아빠가 왕년에 좋은 선수였다는 걸 잊고 있었을 텐데 최근 은퇴식 준비하면서 알고, 좋아하는 모습에 기분도 좋아지더라"며 웃었다.
늘 미안한 아내에게도 은퇴식은 선물이 됐다. 송 코치는 "생각했던 것보다 아내가 은퇴식을 더 기다렸던 것 같다. 어제부터 가족들이 긴장도 많이 했다"며 웃었다. 이날 은퇴식에서 장남 승화군이 시구를 맡고, 차남 승민 군은 시타자로 나섰다. 송지만 코치는 시포를 하며 은퇴식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제 2의 인생, '초보 코치' 송지만
현역 시절, 그는 자기관리의 대명사로 유명했다. 이제 더 이상 현역 선수가 아니지만 화성(넥센 2군) 히어로즈 타격 코치를 맡고 있는 지금도 그의 체력 관리는 계속되고 있다. 오히려 선수 때보다 더 열심이다. 이유가 있다.
송 코치는 "체력이 강해야 한단 생각이 든다. 코치를 해보니 정말 힘들다. 가만히 서있는 코치가 뭐 힘들까 생각하지만 그게 가장 힘들다. 체력이 좋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작은 부분이지만 그가 가장 신경 쓴 부분이다. 송지만 코치는 "(내가 힘들면) 표정 하나하나가 선수들에게 나타나고, 전달이 된다. 그래서 선수 때보다 몸 관리를 더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마음은 '백점'으로도 손색이 없다.
그는 선수 생활 막바지였던 2013년과 2014년, 2군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조용히 새로운 인생을 준비했다. 송 코치는 "2년간 2군 생활 했던 걸 토대로 올 1년 동안 코치를 했던 것 같다"며 "선수들이 뭘 원하는지 파악하는 게 가장 먼저라고 생각했다. 그런 부분에서 선수들과 더 소통하려고 했고, 어떤 마음인지 파악하려고 노력을 했다는 게 얻은 부분이다"고 말했다.
이제 막 새로운 출발선에 선 그는 여전히, 또 열심이다. 그는 "신인 선수 때 했던 것처럼 앞만 보고 가고 있다. 선수 시절 그렇게 하다 보니 느끼는 부분, 쌓이는 부분이 있었다. 시행착오도 있었는데 신인 때처럼 내가 하구나 느낀다"며 미소 지었다. '야구 선수 송지만'의 이야기는 이제 끝이 났지만, 그의 새로운 이야기는 또 그렇게 시작되고 있다.
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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