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은 장기간 흡연 한 중년 남성들이 걸리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ALK 양성비소세포폐암은 흡연 경험이 없는 젊은 여성에서 발견되는 희귀암으로 전체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약 2~7%를 차지한다. ALK 양성비소세포폐암은 암세포 증식이 빠르고 전이가 잘돼 악성암으로 꼽힌다. 재발 가능성이 높은 데다 뇌와 간으로 전이될 확률도 커 획기적인 표적항암제 개발이 필요한 질환이다.
노비티스가 최근 출시한 자이카디아(성분명 세리티닙ㆍ사진)는 2세대 ALK 양성비소세포폐암 치료제(표적항암제)로 ALK 암세포의 성장 신호를 중간에 차단해 암을 치료한다. 자이카디아는 기존 1세대 치료제인 크리조티닙(Crizotinib) 성분의 표적항암제에 내성이 발생한 환자 치료에 효과적이다. 획득 내성을 생겨 치료 후에도 계속해서 암이 진행되는 환자 치료도 가능하다.
노바티스가 과거 ALK 표적항암제 치료경험이 있는 폐암환자 163명과 치료경험이 없는 83명을 대상으로 자이카디아를 투여한 임상시험 결과, 약제에 반응하는 환자군이 61.8%에 달했다. 노바티스 관계자는 “자이카디아로 첫 치료를 시작한 83명의 환자군의 질병 무 진행 생존기간도 18개월 이상이었다”고 밝혔다.
자이카디아는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뇌전이 폐암환자 치료도 가능하게 만들었다. 뇌는 혈관과 뇌 장벽이 감싸고 있어 약물 침투가 어려워 치료가 힘들다. 하지만 자이카디아는 혈관ㆍ뇌장벽(Blood Brain Barrier)을 통과해 암을 치료, 뇌 전이가 진행된 환자의 종양크기를 줄이는데 성공했다.
자이카디아는 폐암 환자의 삶의 질 개선도 돕는다. 최근 미국에서 열린 제16회 세계폐암학회(WCLC)에서 발표된 자이카디아에 대한 환자성과보고에 따르면 ALK 양성비소세포폐암 환자 중 기존 ALK 억제제 치료 경험이 없는 환자가 자이카디아를 복용한 후 기침, 숨 가쁨 등 폐와 관련된 증상이 평균 -3.4에서 -11.4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폐암증상지표는 증상이 없는 상태인 ‘0’을 기준으로 마이너스(-)로 갈수록 증상이 개선됨을 의미한다.
자이카디아는 미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희귀질환치료제로서 가치를 인정받아 ‘혁신적 치료제(breakthrough therapy)’로 지정돼 신속승인을 받았다. 곽훈희 한국노바티스 항암제사업부 대표는 “자이카디아가 기존 ALK 억제제인 크리조티닙 치료에 내성을 보이거나 치료 후에도 암이 진행된 ALK 양성비소세포폐암 환자들을 위한 새롭고 획기적인 치료 옵션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밝혔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