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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숙 리포트] 김구라는 있고, 노홍철에겐 없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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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숙 리포트] 김구라는 있고, 노홍철에겐 없었던 것

입력
2015.10.0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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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파문으로 자숙한 방송인 노홍철(왼쪽)과 '위안부 망언'으로 자숙한 방송인 김구라. 김구라는 자숙기간 동안 나눔의 집 봉사활동을 다녔고, 노홍철은 해외여행을 다녔다. 한국일보 자료사진·SBS 제공
음주운전 파문으로 자숙한 방송인 노홍철(왼쪽)과 '위안부 망언'으로 자숙한 방송인 김구라. 김구라는 자숙기간 동안 나눔의 집 봉사활동을 다녔고, 노홍철은 해외여행을 다녔다. 한국일보 자료사진·SBS 제공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습니다" (2005년 가수 김상혁 기자회견 中)

연예계에는 사과하고 오히려 더 욕먹는 인사가 많다. 매끄럽지 않은 처세술로 불난 데 기름을 들이붓는 경우다. 그래서 스타들은 공식사과를 전할 때 신중을 기한다. 기획사 측과 논의해 공식 사과문을 만드는가 하면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 자필편지, 기자회견도 활용한다.

그런데 사과 이후를 간과하기 쉽다. 대중의 관심이 소홀해지는 자숙기간의 처신까지는 신경 쓰지 않는 것이다. 반면 이 기간을 알차게 보내 위기를 기회로 뒤바꾼 스타도 있다. 이런 이들은 무사히 활동을 재개하고 덤으로 새로운 이미지까지 챙긴다.

어떻게 사과하고 자숙해야 현명한 걸까. 정답도, 기준도 없지만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따라 여론은 분명히 갈린다.

시리즈 다시보기▶ ①연예계 '논란 스타' 평균 자숙기간

②연예계 '사과와 자숙' 천태만상

1. 잘못 인정은 빨리…자숙기간 활동도 중요

가수 이효리는 논란이 일 때마다 빠르게 인정하고 사과하는 경향을 보인다. 4집 활동 당시엔 무려 6곡이 표절 의혹을 받았다. 이효리는 자신의 팬 카페에 "작곡가 바누스바큠의 곡이 문제가 있어서 확인한 결과, 그 곡들이 바누스바큠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며 표절을 인정했다. 이후 이효리는 도의적 책임을 안고 4집 활동을 중도 하차했다. 지난해 11월 유기농 콩 관련 위법 논란이 일었을 때도 "몰라서 한 일이라도 잘못은 잘못이니 어떤 처분도 달게 받겠다"며 빠르게 사과했다. 신속한 사과와 대처 덕분일까. 크고 작은 논란이 생겨도 이효리는 줄곧 무리 없이 활동을 이어갔다.

방송인 김구라는 자숙기간을 의미 있게 채워 눈길을 끌었다. 그는 과거 인터넷 방송에서 언급한 위안부 관련 발언이 문제가 되자 2012년 출연 중이던 모든 방송에서 하차했다. 이후 자숙기간 동안 매주 나눔의 집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자신의 저서 '독설에서 진심으로'의 수익금 전액을 기부하기도 했다. 2013년 김구라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감사패까지 받았다.

특히 그는 컴백한 후에도 꾸준히 나눔의 집을 찾는 등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 호감을 샀다. 지난 6월 한 방송에서 그는 "얼마 전 나눔의 집에 다녀왔는데 메르스 때문에 방문객들의 예약이 취소가 됐다고 하더라"라며 관심을 당부하기도 했다.

개그맨 장동민, 유세윤, 유상무은 지난 4월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에서 과거 팟캐스트 '옹달샘의 꿈꾸는 라디오'를 통해 했던 발언들이 사회적 물의를 빚은 것과 관련해 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
개그맨 장동민, 유세윤, 유상무은 지난 4월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에서 과거 팟캐스트 '옹달샘의 꿈꾸는 라디오'를 통해 했던 발언들이 사회적 물의를 빚은 것과 관련해 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

2. 똑같이 사과하고 왜 용서를 못받나

개그맨 장동민은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생존자 모욕 발언으로 궁지에 몰리자 적극적으로 사과에 나섰다. 그는 개그 트리오 옹달샘의 멤버 유상무, 유세윤과 함께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생존자와 대중에게 고개를 숙였다.

비교적 발 빠르게 사과했지만 장동민을 향한 대중의 불편한 시선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가 별다른 자숙기간 없이 tvN '더지니어스:그랜드파이널'에 출연했기 때문. 그러나 장동민은 "방송 중단만이 자숙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활동을 이어갈 뜻을 밝혔다.

병역기피로 14년째 입국하지 못하고 있는 가수 유승준은 지난 5월 두 차례나 대중 앞에 무릎을 꿇었다. 온라인 방송을 통해 사죄의 자리를 마련한 그는 "이제라도 군대에 갈 수 있으면 가겠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당시 상황에 대한 구체적 해명보다는 감정에 호소한 사죄로 큰 공감을 얻지는 못했다.

지난 추석 MBC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으로 돌아온 방송인 노홍철에 대한 여론도 마냥 긍정적이진 않다. 자숙기간 동안 해외여행을 다닌 후 여행 콘셉트의 방송으로 복귀했기 때문이다. 또 도저히 '잉여'로는 생각되지 않는 노홍철의 등장과 그의 의도적인 음주운전 거론 장면은 대중의 공감을 사기엔 역부족이었다. 여기에 방송에서 시청자를 향한 직접적인 사과가 이뤄지지 않은 점도 문제가 됐다.

3. "자숙 방법에 대한 기준 모호…가이드라인 필요"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자숙 방법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대중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잘못을 한 사람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가 따라야 한다는 대중심리가 있다. 방송 권력에 의해 이 통념이 깨지니 컴백하는 스타에게 비난이 쏟아진다"고 말했다. 이들이 욕 먹는 데에는 맘대로 컴백을 조장하는 방송의 책임도 크다는 소리다.

실제로 KBS '개그콘서트'의 터줏대감인 개그맨 김준호는 도박 파문 7개월 만에 해당 방송으로 복귀했다. '나영석 PD 사단'의 개그맨 이수근도 나 PD가 연출하는 TV캐스트 '신서유기'를 통해 돌아왔고 노홍철 역시 오랫동안 몸 담았던 MBC에서 활동을 재개했다.

김헌식 평론가는 자숙과 컴백 방법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 등 단체가 나서야 한다"며 "협회의 선도, 혹은 업계 자율적으로 자숙에 대한 기준을 세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자숙에 대한 명확한 매뉴얼이 없는 지금은 어떡해야 할까. 김헌식 평론가는 "자숙기간에 사회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연예인 스스로 찾아야 한다. 꾸준한 봉사활동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여행이나 부업으로 반성의 시간을 채우기 보다,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책임을 지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사과와 자숙 이후 성공적으로 컴백한 스타들은 대중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노홍철의 이번 복귀에 혹평이 쏟아지는 이유도 결국 진정성에 있다. 진정성은 퍼포먼스로 보여지는 게 아니다.

이소라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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