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14세 소년이 호주 안작데이(Anzac day·현충일) 기념행진을 겨냥해 대규모 테러 계획을 주도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BBC 등 영국 언론들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맨체스터 형사법원에서 열린 공판에서 검찰은 이 소년이 호주 멜버른에 사는 18세 지하디스트(이슬람성전주의자)를 선동, 지난 4월 열린 안작데이 기념행진을 겨냥한 ‘순교’ 테러를 저지르도록 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테러를 막지 못했다면 수많은 사망자가 발생했을 확률이 100%”라며 “테러가 실행 직전이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사건은 영국에 사는 이 소년이 바다 건너 호주의 공공행사를 겨냥한 테러를 실행 직전에까지 이끌고 갔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BBC 등에 따르면 이 소년은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인터넷에 올린 선전물들에 빠져 지하디스트가 됐다. 트위터 계정에는 자신의 이미지를 매력적으로 만든 사진을 올려 개설 2주일 만에 2만4,000명의 팔로워를 끌어 모으는 등 그는 지하디스트 온라인 세계에서 금방 유명인으로 부상했다.
이 소년은 멜버른의 지하디스트와 3,000개가 넘는 암호화된 온라인 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 기념행진 테러를 모의했다. 검찰은 이 소년이 “테러의 기획자이자 조언자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또 둘의 첫 접촉은 IS 모집책으로 잘 알려진 아부 칼레드 알캄보디가 주선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 소년은 멜버른의 지하디스트에게 “누군가를 참수하는 경험을 해 보라”고도 주문했다.
이들은 차량 테러를 준비했고 멜버른 지하디스트가 안작데이 일주일을 앞두고 현지에서 체포됐다. 그는 테러 조장 혐의를 인정했다. 그의 변호인도 “그의 범죄는 중대하지만 그가 더는 위험한 인물로 여겨져선 안 된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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