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획정 논의를"… 野, 즉각 거부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1일 야당을 향해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참석하는 2+2회담을 제안했다가 퇴짜를 맞았다. 안심번호 국민공천으로 당청 갈등이 격화되는 여권 상황도 고려하지 못한 여당 원내대표의 무신경이 부른 자업자득이라는 평이다.
원 원내대표는 이날 김무성 대표가 불참한 가운데 당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한 이후 기자들과 만나 “내일이 선거구 획정과 관련해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하는 날”이라며 “야당의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에게 오늘 중 선거구 획정과 관련한 2+2 회담을 열 것을 공식적으로 제의한다”고 말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독립기구인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가 2일 20대 총선에 적용될 지역구 의석 수를 최종 확정해 발표하기로 한 만큼 양당 지도부 간 사전 의견 조율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야당은 즉각 제의를 거부했다.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이미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선거구획정위에 획정 기준을 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며 “(2+2 회동은)잘 안될 것 같다. 생뚱 맞은 제안이라고 생각한다”고 거부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사전에 원 원내대표로부터 (2+2회동을) 제안한다는 연락을 받았다”면서도 야당의 거부와 관련해서는“원 원내대표가 제안을 한 것이니까 원 원내대표가 노력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당 내부에서도 당내 상황을 감안할 때 원 원내대표의 제의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새누리당 비박계 한 의원은 “김 대표가 야당 대표와 회동으로 인해 청와대의 맹공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또다시 여야 대표가 한 자리에 앉는 장면을 연출한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당 역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이날 오전 국군의 날 행사(계룡대)에 이어 저녁에는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할 예정이어서 ‘2+2회담’의 성사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면 공개 제안보다 사전에 물밑 조율부터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원 원내대표 측은 “선거구획정위가 내일 지역구 의석 수를 발표하는데 농어촌 의석 수를 지켜야 하는 당 입장에서 공천룰(안심번호 국민공천제)보다 선거구 획정 문제가 더 시급한 상황”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여야 대표가 만나 선거구 획정 기준을 정하고 획정위에 전달하자는 취지에서 한 제안”이라고 설명했다.
정승임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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