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공군이 30일(현지시간) 개시한 시리아 공습은 러시아 측 참전 명분인 이슬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시리아 정부에 저항하는 반군을 타격하려는 것이라는 정황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러시아가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정권에 대한 지원을 노골화하면서 시리아 내전을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 간 군사적 충돌 가능성도 제기된다.
러시아 공습 지역, IS 아닌 시리아 반군 근거지
시리아 정부관계자는 AP에 “러시아 공군이 이날 시리아 홈스와 하마, 라타키아 등 3개 주에서 공습 작전을 벌였다”면서 “하지만 이곳은 IS가 주둔하지 않은 지역”이라고 밝혔다. 이고르 코나센코프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이 기자회견을 통해 공습 대상이 IS 기지와 차량, 창고 등이라고 밝힌 것과는 다른 내용이다.
군사 전문가와 시리아 반군 등은 러시아 공군이 반군이 밀집된 지역을 우선적으로 노렸다고 지적했다. 미국 전쟁연구소(ISW)에 따르면 공습을 받은 홈스 북부는 알카에다 시리아 지부인 알누스라 전선과 이슬람주의 반군인 아흐라르알샴 등이 장악한 지역이다. 알누스라 전선은 이달 중순 시리아 이들리브주의 아부두후르 군사공항에서 정부군 56명을 처형하는 등 시리아 정부에 극렬히 저항하고 있는 반군 세력이다.
또한 라타키아는 알누스라가 포함된 반군 연합체 제이쉬알파트흐(정복군), 하마는 이슬람주의 반군과 온건 반군들의 활동무대다. 반군 지도자인 자밀 살레는 “하마 지역 기지들이 오늘 수 차례 폭격을 받았다”며 “IS는 이곳에서 최소 100㎞ 떨어진 밖에 있다”고 러시아 군을 비난했다.
이에 1일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IS뿐 아니라 다른 단체들도 공습 대상이라고 인정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단체인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이 가운데 이날 코나센코프 대변인은 러시아 방송에서 러시아 공군이 IS에 속한 탄약저장소와 명령 센터 등 12곳을 파괴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1일에도 시리아 공습을 이어가 시리아 북서부 반군 장악지역인 이들리브주 지스르 알슈구르를 공습했다고 레바논 알마야딘TV가 보도했다.
한편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지난달 30일 공습으로 홈스에서 어린이 6명 등 민간인 27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건물 잔해에 깔린 사람들이 있어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일 크렘린 궁에서 인권운동가들과 만난 자리에서 민간인들의 희생은 러시아 전투기들이 시리아 기지에서 이륙하기 전에 있었던 일이라며 러시아의 공습으로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했다는 주장은 ‘정보 공격’이라고 일축했다.
시리아에서 미러 간 군사충돌 가능성 커져
러시아가 시리아에 대한 군사개입을 노골화하면서 시리아에서 미러 간 무력충돌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러시아는 이날 시리아 공습 1시간 전에 이라크 바그다드 주재 미국 대사관에 공습 계획을 통지하고 미군이 시리아 영공에서 피해줄 것을 요구했으나, 미국은 “러시아가 공식채널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를 거절하고 자체 공습을 계속했다. 미러가 기 싸움을 벌인 것으로, 자칫 시리아 상공에서 양측 전투기가 충돌했을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비화될 수 있는 아찔한 순간이 연출됐다.
특히 러시아가 미국이 지원하고 있는 반군 조직에 대한 공격을 지속하면 오바마 정부로서도 군사적 맞대응에 나설 수 밖에 없게 된다. 미 공화당을 중심으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시리아에 지상군 투입을 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러 간 군사적 충돌은 막아야 할 최악의 상황인 만큼 양국은 군사회담을 통해 무력 충돌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사전 조율에 나서고 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이날 뉴욕 유엔총회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만난 뒤 “충돌을 피할 방법을 논의하기 위해 가능한 한 빨리 긴급 군사회담을 여는데 동의했다”고 AFP에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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