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특급호텔보다 20~30% 비싸
비싼만큼 서비스·즐길거리 공들여
사면이 통유리… 경복궁 등 한눈에
아시아 최초 매트리스 선택 가능
국내 최대 7개 레스토랑·바 갖춰… 피트니스센터·네일바 등 차별화
국내에서 가장 고급스런 호텔이 갱신되는 걸까? 포시즌스 호텔이 한국에 진출한다는 소식은 올해 호텔가를 들썩이게 한 가장 뜨거운 이슈였다. 블랙홀처럼 인력과 화제를 빨아들이는 포시즌스 때문에 호텔업계는 지각변동을 맞았고, 향후 판도 변화에 촉수를 곤두세우고 있다. 뉴욕에서도, 파리에서도, 모스크바에서도, 부다페스트에서도 럭셔리 랜드마크로 맹위를 떨치고 있는 포시즌스 호텔은 세계적인 수준의 고객 맞춤형 서비스와 노하우로 정평 난 최고급 호텔 브랜드. 1960년 캐나다에서 설립돼 전 세계 39개국 주요도시 및 휴양지에 94개의 호텔과 리조트를 보유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97에 1일 개관한 포시즌스 호텔 서울을 미리 둘러봤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3,400억원의 부동산펀드를 조성해 건립, 포시즌스 호텔 앤 리조트가 운영하는 포시즌스는 사면이 통유리로 지어져 호텔 어디에서나 도심 전망을 즐길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내국인에게는 숙박보다는 다채로운 즐길 거리에 더욱 관심이 가는 호텔이었다. 다양한 레스토랑과 널찍한 공간이 숨통을 틔워주는 피트니스센터, 무엇보다도 청담동에서나 볼 수 있었던 멤버십 온리 스타일의 은밀하고도 호화스러운 위스키 앤 칵테일 바가 도시인들의 발길을 잡아 끌 것 같다.
1박에 44만5,000원, 잘 될까?
‘6성급 호텔’을 표방하는 포시즌스 호텔 서울은 개인 고객에게는 일단 가격 차원에서의 진입장벽이 높다. 지하 7층, 지상 25층 규모에 총 43개의 스위트룸을 포함, 전체 317개의 객실을 갖추고 있는데, 가장 작은 디럭스룸이 1박에 44만5,000원(10% 봉사료 별도)이다. 2월까지는 오픈 프로모션 기간이라 조식 2인 식사권과 호텔 내 식당에서 사용할 수 있는 10만원 상당의 크레디트가 제공되지만, 이후에는 조식 별도의 ‘온리 룸’ 요금이다. 보통 20만원대부터 시작하는 국내 특급호텔들의 디럭스룸과 비교하면 20~30%나 비싸다. 광화문 사거리, 동화면세점 맞은 편에 위치하고 있어 면세점 쇼핑에 편리하다는 점이 부유한 중국 관광객의 관심을 끌 만하고, 청와대와 정부기관, 금융기업 등이 가깝다는 것이 지리적 이점. 사방 통유리로 인왕산과 북악산, 청와대와 경희궁, 경복궁, 창덕궁, 남산타워에 이르기까지 서울 도심의 전망을 두루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세심한 맞춤 서비스로 이름 높은 호텔답게 포시즌스는 아시아 최초로 객실 예약시 침대 매트리스의 딱딱한 정도를 세 단계로 나눠 선택할 수 있게 했다. 객실 면적도 44~52㎡로 다른 특급호텔에 비해 최대 2배까지 크며, 가장 작은 디럭스룸도 세면대 2개, 욕조와 샤워부스를 별도로 갖추고 있다. 층고가 높고 통유리벽이라 객실이 더 넓어 보이기도 한다. 객실마다 비치된 아이패드로 24시간 룸서비스 주문도 가능하다. 물론 이 모든 것이 봉사료를 더한 48만9,500원(디럭스룸!)에 포함된 것이겠지만.
특급호텔 최대 규모의 레스토랑과 바
하지만 호텔은 잠만 자러 가는 곳은 아니다. 포시즌스는 국내 최대인 총 7개의 레스토랑과 바를 갖췄다. 중식당 유 유안과 일식당 키오쿠, 정통 이탈리안 레스토랑 보칼리노, 뷔페레스토랑 ‘마켓 키친’, 호텔측이 시그니처 플레이스로 밀고 있는 바 ‘찰스 H’, 이탈리안 스타일의 칵테일 바 ‘바 보칼리노’, 로비 라운지 ‘마루’ 외에도 베이커리와 식료품 판매점까지 갖추고 있다. 11층과 12층을 활용해 복층 구조로 지은 일식당 키오쿠는 위층에서는 셰프와 마주 앉는 스시바에서 도쿄스타일 스시를 맛볼 수 있고, 층고가 높은 아래층에서는 교토 스타일의 정통 연회 코스요리인 가이세키를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셰프 특선요리 오마카세는 스시바에서 주문할 수 있다. 1920년대 격동적인 상하이의 화려함과 풍요로움을 우아한 분위기로 재현한 유 유안은 상하이의 아름다운 정원 예원을 모티프로 한 중식당이다. 유 유안의 사이먼 우 셰프는 “서울의 중국요리는 한국식 중화요리이거나 산둥지방 요리가 대부분이라고 들었다”며 “서울에서는 제대로 맛볼 수 없었던 정통 광둥지방 요리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안 레스토랑 보칼리노는 그야말로 ‘정통’ 이탈리안 퀴진을 내놓는다. 프로슈토에 무화과와 루콜라를 곁들인 샐러드에 굽기 정도를 결코 묻지 않고 우직하게 레어로 내놓는 스테이크의 원조 ‘비스테카 알라 피오렌티나’가 시그니처 메뉴다. 유럽의 왁자지껄한 시장통 ‘아케이드’를 콘셉트로 디자인한 뷔페식당 마켓 키친은 수제 순대, 떡볶이, 핫도그 같은 한국의 길거리 음식까지 포함, 총 400여가지의 세계 각국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어떤 음식을 어떻게 먹으면 더 맛있는지를 유쾌하게 설명해주는 셰프와 직원들의 흥겨운 매직쇼 등이 펼쳐져 아이들과 함께 가거나 친구들 모임을 가지기에 좋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공간은 지하 1층에 자리한 위스키 앤 칵테일 바 ‘찰스 H’. 언뜻 보면 벽 같은 두꺼운 철문을 힘겹게 열면 안내 데스크가 나오고, 예약 확인 후 또 다시 두꺼운 철문을 열면 금주법 시대 뉴욕의 바를 재현한 화려하면서도 은밀한 공간과 맞닥뜨리게 된다. 흡사 위대한 개츠비라도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서울로 스카우트 돼온 헤드 바텐더 크리스토퍼 라우더와 38명에 달하는 그의 팀은 미국 최고의 칵테일 경연대회인 ‘2014 제임스 베어드 어워드’ 수상 경력을 자랑한다. 마호가니 목재로 뒤덮인 이 바에서는 총 36가지의 고유한 칵테일이 선보일 예정. 호텔은 앞으로 찰스 H 바를 세계 50대 바에 진입시킨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널찍한 피트니스센터와 사우나에 네일바까지
포시즌스 호텔 서울은 차별화에 가장 공을 들였다. 그 중 하나가 9층에 조성된 피트니스센터와 사우나, 주스바, 네일바 등 부대시설이다. 시설의 종류가 많은 것은 물론 수준도 뛰어나다. 호텔측이 특히 자랑하는 것은 도심 전망을 바라보며 120여가지의 운동기구를 이동할 수 있는 넓은 피트니스 센터와 사우나. 요가와 필라테스 등을 배울 수 있는 GX룸도 마련돼 있다. 20m 길이의 성인용 풀과 자쿠지, 유아용 풀로 구성된 수영장, 운동 전후 휴식과 함께 주스 및 스낵을 즐길 수 있는 주스바도 같은 층에는 자리하고 있다.
포시즌스는 국내 호텔업계 최초로 손ㆍ발톱 관리를 받을 수 있는 네일바도 만들었다. 가격은 클래식 매니큐어 60분에 6만6,000원부터다. 숲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을 자아내는 19층의 가든 테라스도 특급호텔 중 유일하게 갖추고 있는 공간. 스탠딩 파티로 최대 80명, 라운드 테이블 착석으로는 5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가든 테라스는 오붓하고 한갓진 곳에 자리하고 있는 데다 인왕산까지 또렷이 보여 소규모 프라이빗 웨딩에 좋을 듯하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루보쉬 바타 총지배인은 “호텔은 단순히 잠만 자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고, 미식의 즐거움을 나누는 등 다양한 목적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사교의 장이자 휴식과 힐링을 통해 창조적인 영감을 얻는 공간이기도 하다”며 “어떤 목적으로 호텔을 방문하더라도 항상 특별한 경험을 남길 수 있도록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선영기자 aurevoi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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