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반군에 무기 수송 이란 선박
사우디에 나포… 양측 갈등 확대
이란 최고 지도자가 사우디아라비아 메카 압사사고로 인한 이란인 피해자에 대한 사우디 정부의 대책이 미흡하다며 “강력하고 가혹한” 보복을 경고했다. 수니파의 맹주인 사우디와 시아파 종주국 이란이 메카 참사를 놓고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사우디는 예멘 시아파 반군에게 전달될 무기를 실은 이란 선박을 나포하면서 갈등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미 CNN은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이날 관영 프레스 TV에 “사우디는 부상한 순례자를 보호해야 할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며 “우리가 대응한다면 그 대응은 강력하고도 가혹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란 외무부도 사우디 부대사를 불러 이란인 사망자와 실종자의 신원 확인과 송환이 지체되어선 안된다고 경고했다.
이란 외무부는 하메네이가 이란을 포함한 이슬람 국가들이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위원회를 꾸려 압사사고를 조사하자고 제안했다고 발표하며 사우디를 더욱 압박했다.
사우디 당국은 지난달 24일 메카에서 발생한 압사사고 사망자가 769명이라고 발표했지만 사망자가 축소 발표됐다는 의혹을 받아왔고, 이란의 프레스 TV는 총 사망자수가 4,173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하메네이는 이날 성명을 통해 “사우디 지도자들이 책임을 떠넘기지 말고 이슬람 세계와 유족들에게 사과하고, 맡은 바 의무를 다함으로써 책임져야 한다”며 “1,000명이 넘는 사람이 사망한 것이 작은 일이 아닌 만큼 이슬람 공동체는 이번 사고로 근본 대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일 이어지는 이란의 강공에 사우디의 압델 알주바이르 외무장관은 유엔 총회가 열린 뉴욕에서 “조사 결과가 나오면 어떤 것도 숨기지 않고 모든 걸 공개하고 잘못이 있다면 관련자에게 책임을 지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알주바이르 장관은 이란이 압사 사고를 정치적으로 악용한다고 맞대응하기도 했다. 그는 이란이 예멘 반군에 무기를 제공하고 시리아 정부를 지지함으로써 중동에 불안을 부채질한다며 해묵은 갈등을 다시 들쑤셨다. 2004년부터 발생한 시아파 무장단체 후티와 예멘 정부와의 내전에서 사우디는 이란이 후티 반군을 돕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같은 날 사우디는 예멘 시아파 반군에게 전달될 무기를 실은 이란 선박을 지난달 26일 오만 앞바다에서 나포하고 선원 14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사우디 정부 소유의 알아라비야 방송은 어선으로 위장한 이 선박이 이란 국적자 명의로 등록됐다며 압수한 관련 문서의 사진을 공개했다. 사우디군의 아흐메드 아시리 대변인은 “선박에서 발견된 무기로 이란이 예멘 내전에 개입한다는 사실을 확신할 수 있었다”고 이란을 비판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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