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우리 가족을 품지 않았더라면, 팔레스타인 난민이었던 저 역시 어떻게 변했을지 알 수 없습니다. 이것이 교회가, 세계가 난민들에게 사랑과 온정을 제공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세계 최대 개신교단인 루터교세계연맹(LWF) 무닙 유난 의장이 1일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강조했다. 종교개혁 500주년(2017년)을 앞두고 기독교한국루터회의 초청으로 방한한 그는 LWF 의장으로는 처음 한국을 찾았다. 이스라엘 건국과 동시에 팔레스타인 난민이 된 부모와 함께 예루살렘 동쪽의 한 수도원에 피난해 자란 그는 핀란드 헬싱키대, 미국 루터신학대에서 공부했으며 2010년 의장으로 선출됐다.
유난 의장은 “인간은 두려움을 목도할 때 어떤 반응도 보일 수 있는 존재로 시리아,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들은 죽임, 박해, 강간, 강도, 폭탄을 피해 고난의 길을 떠나고 있다”며 “극단주의와 특정 권력이 나라를 나누고 조정하는 일이 도처에서 자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평생 팔레스타인 난민으로 살아온 저의 가족을 수도원이 받아 교육시키고 보살펴주지 않았다면 제가 목사가 될 수 있었을지 알 수 없다”며 “우리는 정의 안에서 살아가고 싶어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하고, 나아가 종교, 민족, 국적, 성별을 초월해 전 세계 교회가 이 문제에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반도의 분단 상황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드러냈다. 유난 의장은 “70년 넘게 만나지 못하는 이산가족 소식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찢어지게 아프다”며 “통일과 평화, 종교의 자유, 표현의 자유, 성 평등 등으로 이 나라의 통일이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또 “루터교회를 포함한 한국 교회들이 그를 위해 언제나 개혁하는 가운데 예언자적 역할을 해주길 희망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2일 오후 판문점을 방문할 예정이다.
루터교회는 세계 개신교 최대 교회로 98개국 145개 교단, 약 8,000만명의 교인이 있다. 독일,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등은 루터교회를 국교로 지정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교회 50여개, 교인 6,000여명 규모다.
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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