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 답답해서 밝힌다… 근거 없는 비난 말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달 28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의 ‘부산 회동’ 당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도입 방침을 청와대에 통보한 사실을 1일 공개했다. 여야 대표간 잠정합의를 ‘대통령 부재시 쿠데타’로 규정하며 공세를 펴는 청와대ㆍ친박계에 거듭 정면으로 맞선 것이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11시쯤 국회로 ‘지각 출근’한 뒤 기자들과 만나 “문 대표와 만나기 전에 이 방향(안심번호 국민공천제)으로 내가 전개하려고 한다고 ‘상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의했지만 찬성이나 반대 등의 의사는 듣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청와대가 사전에 김 대표의 구상에 동의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듯‘상의’라는 표현을 나중에 ‘통보’로 정정했다.
김 대표는 또 “(문 대표와의 회동이) 끝나고 난 뒤에 발표문을 그대로 찍어서 보냈다”고 밝혔다. 그는 청와대의 반응에 대한 질문에 “(청와대 측이) 그냥 듣기만 했다”고 말했고, 청와대 측의 접촉 상대에 대해서도 “밝히지 않겠다”고 입을 닫았다.
전날까지도 안심번호 관련 내용에 대해 “청와대와 상의할 문제가 아니다”고 강조했던 김 대표는 이날 청와대에 사전통보한 사실을 공개한 이유를 “나 혼자 다 한 것처럼 자꾸 비난하니까, 하도 답답하니까 내가 이것까지 밝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이어 “당 대표로서 어떤 비판도 수용한다”면서도 “그러나 근거 없는 비난은 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없는 사실을 갖고 자꾸 비난하면 당 분열만 되고 당이 분열되면 선거에 불리해진다”는 우려도 전했다.
김 대표는 이날 국군의 날 기념식에 불참하고 늦게 출근한 이유에 대해 “낫는 듯하던 감기가 재발해 늦잠을 잤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둘러싼 당내 논란과 관련해 청와대와 친박계를 향해 사실상 시위를 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김 대표는 전날 청와대가 ‘5대 불가론’을 앞세워 안심번호 공천제를 비판하는 등 이례적으로 공천 룰에까지 개입하자 “당 대표를 모욕하면 되느냐”며 “오늘까지만 참는다”고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실제 김 대표는 이날 취임 이후 처음으로 당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했고,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제67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도 불참했다. 특히 기념식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문 대표가 참석해 김 대표의 불참이 도드라졌다.
김 대표는 앞서 박 대통령이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방문길에 오를 때와 귀국할 때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환송ㆍ영접행사 모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정민승기자 msj@hankookilbo.com
정승임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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