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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NG 생산국의 갑질에 '전략적 맞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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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NG 생산국의 갑질에 '전략적 맞대응'

입력
2015.10.0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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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인도네시아 등 주요 생산국들 불리한 조건 내세워 장기 계약

의무 인수 강요 등 불공정 거래 횡포

한국, 미국산 셰일가스 수입 늘리고 동아프리카 등 새 공급선 확대

"불공정 계약은 안 하겠다" 맞불

우리나라가 전량 수입하는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국제 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크게 떨어지지 않는 이유가 LNG 생산국들의 국제적인 불공정거래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주요 LNG 수입국들이 자원을 무기로 내세운 LNG 생산국들의 횡포를 막기 위해 나섰다.

30일 에너지 업계 및 정부에 따르면 카타르와 오만을 중심으로 한 중동과 인도네시아 등주요 LNG 생산국들이 공급량보다 수요가 훨씬 많다는 점을 악용해 수입국들에 불리한 조건을 내걸고 10, 20년 장기계약을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국제적 불공정 거래는 한국가스공사가 LNG 수입을 독점하다시피 하는 유통 구조와 더불어 LNG 국제가격 인하가 국내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주요 원인이다.

생산국들, 물량 남아도 다른 데 팔지 못하게 하고 무조건 의무 인수 강요

대표적 불공정 거래 조건은 도착지 제한이다. 도착지 제한은 LNG 하역 장소를 특정 국가로 한정하는 대표적인 불공정 조건이다. 이 조항이 적용되면 LNG 하역 장소가 수입국으로 제한된다. 이렇게 되면 수입국은 LNG가 남아 돌아도 다른 나라에 되팔 수 없어 억지로 떠안아야 한다.

독소 조항인 의무 인수도 있다. 수입국에서 물량을 가져가지 않아도 무조건 정해진 금액을 생산국에 내는 조건이다. 일단 거래하면 물량 변동에 상관없이 무조건 돈을 내라는 식이다.

특히 이 같은 불공정 거래조건들은 중동과 인도네시아 의존도가 높은 세계 1,2위 LNG 수입국인 일본과 우리나라에 유독 가혹하게 적용됐다. 유럽연합(EU)은 수년 전부터 도착지를 유럽 전체로 설정하는 등 중동 국가들의 불공정거래를 개선하기 위해 공동 대응하고 있다. EU는 중동의 거래 조건이 맞지 않으면 대신 러시아 등 다른 생산국에서 배관을 통해 기체 상태의 천연가스(PNG)를 들여올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중동 생산국들이 EU의 눈치를 보게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일본은 대륙과 육로 연결이 되지 않아 PNG 수입이 어려워 중동 및 인도네시아와 협상에서 절대 불리하다. 특히 우리나라와 일본은 LNG 대량 소비국이어서 한꺼번에 충분한 물량을 들여와야 하는데 수백만톤의 LNG를 파는 나라는 카타르가 거의 유일하다.

카타르 등은 수입국의 이런 약점을 이용해 일방적으로 높은 가격과 생산국에 유리한 조건을 강요해 왔다. 우리 정부는 2025~2032년까지 카타르와 맺은 여러 건의 LNG 공급 계약에 대해 불공정 조건을 따져 보고 개선하자고 요청했지만 카타르측에서 요지부동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도 이 같은 문제를 알고 있지만 생산국들에게 개선을 강제할 수 있는 근거와 힘이 없다.

생산국들은 과거 LNG 시장의 변동성이 워낙 컸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수요 폭발을 기대하며 달라지지 않고 있다. 가령 우리나라에서 기상이변이 일어나거나 원자력발전소에 장애가 발생해 여러 기가 동시 중단되면 발전용 LNG를 급히 대량 수입해야 한다. 일본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LNG 수요가 크게 늘어 비싸게 수입했다.

정부, 셰일가스 등 대체재 등장하며 상황 달라져 강경 대응키로

그런데 최근 들어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호주 등이 셰일가스 개발에 집중하면서 가스 공급량이 급증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셰일가스도 LNG처럼 액화시킬 수 있어 더 이상 중동만 바라볼 필요가 없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2012년 미국과 맺은 계약에 따라 2017년부터 미국산 셰일가스를 국내에 들여 올 예정이다.

이에 우리 정부는 주요 LNG 생산국과 더 이상 불공정 계약을 하지 않기로 초강경 대응 방침을 세웠다. 문재도 산업부 2차관은 9월1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 4차 LNG 생산국-소비국 국제회의에서 기조 연설을 통해 “LNG 시장의 공정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본과 중국도 여기 호응하는 분위기다. 회의에 참석했던 산업부 관계자는 “일본이 회의 후 언론 등을 통해 소비국의 공세 강화 움직임을 적극적으로 전하며 우리와 같은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는 더 이상 LNG 시장이 일방적으로 생산국에 유리하지만은 않을 것이란 확신이 깔려 있다.

생산국 가운데 일부는 이 같은 변화 조짐에 맞춰 수입국에 유리한 조건으로 물량을 조금씩 내놓고 있기도 하다. 정부는 이를 기회로 일본 중국 등 주변국과 동조를 강화해 국제 LNG 시장의 불공정거래 관행을 철폐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LNG 도입 계약을 거래조건에 따라 선별하고 모잠비크 등 동아프리카 쪽으로 새로운 가스 공급선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강조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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