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폐회식 등 열릴 국군체육부대 반경 300m 안에 돼지 3000마리
저기압 땐 숨쉬기조차 곤란 일쑤
오늘 비 예보… 내일 개막식 초비상
축사이전 추진하다 민원 이유 포기…대회기간 중 일시 사용중단도 무산
악취제거제 살포·사료에 생균제투입
다른 축사도 소독… 악취와의 전쟁
개막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경북 문경세계군인체육대회에 악취 비상이 걸렸다. 악취가 대회 경기와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으나 문경과 경북, 우리나라에 대한 세계인의 이미지를 형성하는데는 영향을 미칠 것으로 지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회 조직위원회와 문경시 등은 개ㆍ폐막식과 마라톤, 육상 등 주경기가 열리는 문경의 국군체육부대 인근의 돼지우리에서 악취가 사라지지 않아 냄새제거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으나 변수는 여전히 남은 상태다.
30일 문경시 등에 따르면 문경시 호계면 견탄리 국군체육부대 인근에는 300여m 거리에 각 1,600여 마리와 1,200여 마리 등 3,000마리에 가까운 돼지를 키우는 축사 2곳이 악취의 주범이 되고 있다. 현재 이곳 체육부대에서는 2일 개막식과 11일 폐막식, 24개 종목 중 축구와 육상, 마라톤, 유도, 태권도, 근대5종, 공군5종, 펜싱 8개 종목의 경기가 열릴 예정으로 117개국 7,300여 명의 선수와 임원, 수만 명의 관중이 이곳을 찾는다.
문경시와 조직위는 당초 이곳 축사 이전을 추진했으나 신규 부지의 집단민원을 감당하기 어려워 아예 포기했다. 또 대회 기간 중 일시적으로 축사를 폐쇄하는 것도 검토했으나 보상비를 감당하기 힘들어 이마저 실행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문경시 등은 지난달 17일부터 하루 2회 축사에 악취제거액을 분무하고 있다. 대회 하루 전인 1일 비예보가 있는 문경에서는 저기압일 때 악취가 오래가는 특성상 개막식날 냄새가 기승을 부릴 우려가 크다. 이에 따라 대회 개막일인 2일에는 악취제거액을 4회 뿌리는 등 안간힘을 쏟고 있다.
시는 또 악취제거용 생균제가 섞인 사료를 돼지에게 먹이도록 조치했다. 특수 미생물로 만들어진 생균제는 악취를 없애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곳 축사에서는 아예 공장에서 생균제가 배합된 사료를 공급받고 있다.
최근 국군체육부대 일대에는 악취가 두드러지게 줄어들었으나 풍향과 날씨 등 변수는 여전하다. 문경시 관계자는 “낮에는 악취를 잘 느끼지 못하는데 아침 저녁으로 바람 방향에 따라 냄새가 날 때도 있다”며 “세계의 군인과 손님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군인올림픽이 악취로 이미지가 떨어지지 않도록 대회 기간 내내 집중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견탄리 일대에는 한우농가 5곳에서 168두, 젖소농가 1곳에서 34두 등 소를 키우고 있어 매일 방역차량이 악취소독을 하고 있다.
견탄리에서 돼지 1,200여 마리를 키우는 서모(59)씨는 “평상시에도 돼지 냄새에 따른 민원 때문에 악취제거용 사료를 사용하고 있다”며 “여건이 허락하지 않아 축사를 옮길 수는 없지만 대회 성공을 바라는 마음은 같기 때문에 악취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전준호기자 jhj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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