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일본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에 대한 강한 의욕을 피력했다.
아베 총리는 29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0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세계 평화를 위해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일본은 2차대전 종전 이후 70년 동안 평화를 사랑하는 나라를 유지해 왔으며 평화를 증진할 수 있는 노력을 축적해 왔다”며 캄보디아, 남수단 등에서 일본이 전개해온 평화유지활동(PKO)을 나열했다. 이어 “유엔 PKO에 더 폭넓게 공헌할 수 있도록 일본은 최근 법 제도를 갖췄다”며 국민들의 거센 저항에도 강행 통과한 안보법안을 평화를 위한 법이라고 강변했다.
아베 총리는 “유엔이 21세기에 맞도록 변화하려면 안보리를 개혁해야 한다”면서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돼 세계평화와 번영을 위해 더 큰 이바지를 하는데 책임을 다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베 총리는 유엔총회 참가를 위해 뉴욕에 도착한 26일부터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노리는 독일, 인도, 브라질과 4개국 정상회담을 갖는 등 발 빠르게 움직였다. 이들은 상임이사회 개편을 실현하기 위해 유엔 회원국을 상대로 노력을 가속화한다는 내용의 공동보도문도 발표했다. 안보리 개혁을 명분으로 4개국 정상이 만난 것은 11년만이다. 이들은 2005년 안보리 상임이사국을 11개국으로, 비상임이사국을 14개국으로 늘리는 개편안을 제안했지만 중국 등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한편 아베 일본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8일 유엔 본부에서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영토문제 및 푸틴 연내 방일 등 현안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30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회담 초반 자신이 자민당 총재에 재선된 점을 강조하며 “러시아와 평화조약 협상을 위한 역량이 갖추어졌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아직 평화조약을 체결하지 않고 있는데, 일본은 조약 체결 전제조건으로 러시아가 실효 지배하고 있는 남쿠릴열도를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는 이 섬들이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러시아에 귀속됐다며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평화조약 협상에 대한 의욕을 보인 아베 총리와 달리, 푸틴 대통령은 일본과의 경제협력 추진에 대한 기대감을 표하며 영토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와 일본은 모든 방면에서 접촉이 활발해지고 있는데, 유감스럽게도 경제 거래는 좀 줄었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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