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5월 부산서 탈진상태로 구조
재활치료 끝나 거제서 방류 예정
"개체 수 급감… 보호종 인식 필요"
“더 이상 다치지 말고 넓은 바다에서 행복하게 살아.”
30일 오전 부산아쿠아리움. 아쿠아리스트 김다솔(27ㆍ여)씨가 토종고래로 알려진 상괭이 오월이에게 작별의 인사를 고했다. 김씨와 부산아쿠아리움 직원들은 전날 오후 6시부터 14시간여에 걸쳐 치료용 수조(수심 2m) 수위를 70~80㎝로 낮추는 작업에 매달렸고, 간신히 수조에서 꺼낼 수 있었다. 17개월간 수조속에서 재활치료를 받은 오월이는 수조밖으로 나오자 연신 ‘삑’하고 울어댔다. 이곳이 정든 탓일까, 이따금 크게 펄떡거리기도 했다. 아쿠아리스트 한 명이 오월이를 운반차량에 옮겨 싣기 전 바닥에 눕히고 품에 폭 안은 채로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제야 오월이도 진정되는 듯 했다.
‘오월이 귀향 프로젝트’로 명명된 이날 작업은 경남 거제로 이어져 지속됐다. 오월이는 이날 낮 12시 30분 경남 거제시 장목면 시방선착장에 도착해 5분여 간 배를 타고 야생 적응 훈련장이 있는 거제 이수도로 떠났다. 앞으로 20여일 간 먹이 포획 훈련을 거쳐 건강에 이상이 없으면 인근 연안에 방류될 예정이다. 오월이는 전국적으로 올해 첫 방류되는 상괭이다.
오월이가 탈진상태로 부산 기장군 앞바다로 떠내려온 것은 지난 해 5월. 당시 1살배기(추정) 오월이는 움직이지조차 못할 정도로 허약했다. 이병제 부산아쿠아리움 진료수의사는 “혈액검사 결과가 아주 나빴다. 그대로 뒀다면 죽었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오월이는 이 곳에서 치료를 받으며 건강을 회복했고, 구조된 시기를 따 ‘오월이’라는 이름도 얻었다.
김다솔씨는 오월이가 들어왔을 때부터 쭉 곁을 지켜 ‘오월이 엄마’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그는 “오월이는 내가 출근하면 알아보고 다가왔고 매일 5분이라도 눈을 맞추려고 노력했다”라며 “오월이가 바다로 돌아가는 건 잘 된 일이지만 또 다칠까 걱정되고 안쓰럽다”고 말했다.
김씨의 걱정은 기우가 아니다. 상괭이는 전세계 81개국이 참여한 ‘멸종위기에 처한 동ㆍ식물 교역에 관한 국제협약(CITES)’의 보호종이다. 국내 서ㆍ남해안에 3~4만 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하지만 매년 개체 수는 1,000여 마리씩 감소하고 있다. 혼획과 무관심 탓이다. 어민과 낚시꾼들에게는 “상괭이를 봤으니 오늘은 ‘꽝’이다”는 속설이 퍼져있다. 그도 그럴 것이 상괭이는 최상위 포식자인데다가 낮은 수심에 분포해 이들의 어획량과 관계가 깊다. 심지어 상괭이는 죽어서도 제 이름을 찾지 못한다.
박겸준 울산 고래연구소 연구사는 “보수적으로 추정하면 상괭이 개체 수는 3만여 마리에 불과한데 개체수는 해마다 급감하고 있다”며 “고래고기가 귀하다 보니 혼획(다른 어류를 잡기 위해 친 어구에 잡히는 것) 후 고래고기로 둔갑하는 경우도 있어 관계기관의 지속적인 단속과 어민들의 보호종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부산=정치섭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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