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업계 ‘미다스 손’으로 불리던 정운호(50)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해외에서 도박을 한 혐의로 검찰 소환 조사를 받았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심재철)는 30일 오전 상습도박 혐의로 정 대표를 불러 조사했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마카오를 비롯한 동남아 일대 카지노에서 100억원대의 도박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마카오 카지노를 임대해 운영하던 광주송정리파 소속 이모(39)씨를 최근 구속, 정 대표가 연루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은 국내 폭력조직들의 기업인 상대 원정 도박 알선 사건을 수사하면서 정 대표가 개입된 다수의 정황을 확보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이날 정 대표를 상대로 회사 자금을 동원해 도박 자금을 마련했는지 여부 등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 따르면 화장품 도매업에 종사하던 정 대표는 2003년 화장품 브랜드숍 ‘더 페이스샵’을 창업한 후 LG생활건강 등에 지분을 매각해 1,500억원 상당의 수익을 올렸다. 잠시 공백기를 가진 후 2010년 네이처리퍼블릭을 통해 다시 화장품 사업을 시작했다. 검찰은 정 대표가 업계를 떠나있던 2008~2010년 마카오 등에 머물면서 거액의 도박판에 발을 들였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수사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검찰은 앞서 경찰이 정 대표의 원정도박 혐의와 관련해 조사를 벌였다가 무혐의 처분했던 수사자료도 넘겨 받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 대표 측은 수사 초기 단계부터 검사장 출신 변호사를 선임, 올해 말을 목표로 추진했었던 네이처리퍼블릭의 국내 상장을 앞두고 닥친 악재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상장에 성공할 경우 네이처리퍼블릭의 기업 가치가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정 전 대표가 수사 무마 청탁 내지 상장 추진 과정에서 사정당국 및 정관계 인사들에게 금품 로비를 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네이처리퍼블릭 관계자는 “검찰 조사 중인 사안에 대해 따로 드릴 말이 없다”며 언급을 꺼렸다.
조원일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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