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홍보위해 배우 얼굴 내밀기
입담 필요한 '해투' '라스' 보다 '런닝맨' '냉장고를 부탁해' 선호
2~3년 전만 해도 충무로가 사랑하는 예능프로그램은 KBS2 ‘개그콘서트’였다. 배우 얼굴 한번 나오면 홍보효과가 그만이라며 출연 요청이 밀물처럼 밀렸다. ‘개그콘서트’가 영화 홍보도구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많았으나 스릴러와 공포영화 주연배우의 ‘묻지마 출연’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 ‘개그콘서트’는 충무로에서 찬밥 신세다. 코미디영화가 아니면 영화사들이 주연배우의 출연을 웬만하면 추진하지 않는다. 시청률 10%대의 ‘개그콘서트’보다 시청률 5%대의 JTBC 요리 예능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가 더 뜨겁다.
충무로의 구애를 보면 알 수 있는 예능프로그램의 권력 서열이 바뀌고 있다. ‘개그콘서트’와 함께 영화사들의 뜨거운 구애를 받던 ‘해피투게더3’(KBS2) ‘황금어장 라디오스타’(MBC) 등의 영향력은 크게 감소하고 신종 예능프로그램들이 권좌를 차지하고 있다.
‘개그콘서트’는 모든 연령대가 사랑하는 국민 예능프로그램의 지위에서 어린이 선호 프로그램으로 전락하면서 충무로 영향력 1위 프로그램의 자리를 내줬다는 평가다. 영화 홍보마케팅회사 영화인의 신유경 대표는 “요즘 ‘개그콘서트’에는 간판이라 할 코너가 없기에 높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예전보다 영화사들이 주목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충무로에서 가장 사랑 받는 예능프로그램으로는 ‘런닝맨’(SBS)이 꼽힌다. 입담 약한 배우들이 부담 없이 출연해 숨겨진 예능감을 보여주기 제격이라는 평가다. 7~8%대의 시청률도 매력적이다. ‘무한도전’(MBC)과 ‘삼시세끼’(tvN)도 배우를 출연시키고 싶은 1순위 프로그램이나 초대 손님 선정에 인색해 짝사랑에 그치고 있다.
최근 요리 프로그램이 크게 유행하면서 ‘냉장고를 부탁해’의 인기는 치솟았다. 영화 홍보마케팅회사 퍼스트룩의 강효미 실장도 “‘냉장고를 부탁해’의 주요 시청자층이 영화의 주요 관객층인 20~30대 여성이라 큰 홍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해피투게더’와 ‘황금어장 라디오스타’는 만만치 않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예전에 비하면 인기가 많이 떨어졌다. 웬만한 말재주를 지닌 배우가 아니라면 출연했다 역효과만 남길 우려가 커서다.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해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털어놓아야 하는 배우의 심적 부담도 만만치 않다. 신유경 대표는 “말 한마디 잘못하면 후유증이 만만치 않아 1~2시간 정도 입담을 발휘할 수 있는 배우 아니면 출연을 잘 하지 않는다”며 “요즘은 프로그램 다시 보기가 활발해져 (홍보를 위한 배우의 출연 프로그램 선정에)시청률이 절대적 기준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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