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경제의 성장 둔화가 점점 심각해지자, 리커창(李克强) 중국 국무원 총리가 각부 장관에게 “현장으로 직접 내려 가 중국 경제의 답을 찾아 오라”고 불호령을 내렸다.
중국정부망에 따르면 리 총리는 29일 국무원 상무회의에서 “각부 장관들과 책임자는 직접 간부들을 이끌고 기층으로 내려가 현장 조사를 실시하라”며 “일선에서 일어나고 있는 새로운 현상을 직접 확인하고 새로운 사례를 갖고 오라”고 지시했다. 그는 이어 최근 허난(河南)성 쉬창(許昌)시의 셴이(鮮易)라는 회사를 방문한 자신의 경험을 소개했다. 10여년 전 도축장 냉동창고로 출발한 이 회사는 현재 1만2,000여명의 직원을 거느린 신선식품 물류회사로 발전했다. 냉장 화물차에 위성항법장치(GPS)를 장착, 화물칸이 빈 채 운행하는 비율을 크게 낮춘 것이 성장 비결이었다. 리 총리는 또 10명의 박사와 15명의 전문가를 초빙해 46개 항목의 혁신 성과를 거둔 뤄양(洛陽)광산기계창의 사례와, 국경을 초월한 전자 상거래 틀을 세워 1년 만에 7억위안(약 1,300억원)의 판매액을 올린 허난(河南)보세물류센터의 경우도 현장 사례로 들었다. 리 총리는 “창조와 혁신, 창업이 중국 경제의 새로운 열쇠이자 동력”이라고 강조했다.
리 총리가 이처럼 장관들에게 현장에 내려가 직접 뛸 것을 주문하고 나선 것은 그 만큼 중국 경제 상황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30일 호주뉴질랜드(ANZ)은행은 중국이 국유기업의 부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2017년엔 경제 성장률이 3%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변압기를 제조해온 바오딩톈웨이(保定天威)가 지난 4월 이자 8,550만위안(160억원)을 지급하지 못해 국유기업 중 처음으로 채무불이행에 빠진 데 이어 28일에는 중국제2중공업그룹(中國二重集團·CNEG)이 부도 처리됐다. 일본 경제연구센터도 최근 ‘리커창 지수’를 근거로 중국의 2분기 실질 GDP 성장률은 공식 발표된 7%보다 낮은 4.8∼6.5% 라고 분석했다.
리커창 지수란 리 총리가 2007년 랴오닝(遼寧)성 당서기 재직 시 미국 대사와 만찬에서 “랴오닝성의 국내총생산(GDP) 수치는 신뢰할 수 없다”며 “경제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철도 물동량 ▦전력 소비량 ▦은행 신규대출 세 가지 지표를 본다”말한 것에서 비롯된 것으로,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가 이 세가지 지표를 재구성해 만든 지수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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