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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미중 정상회담과 남북 신뢰구축

입력
2015.09.30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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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12월 보도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서 발사되고 있는 북한 장거리 로켓 은하3호. 연합뉴스
지난 2012년 12월 보도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서 발사되고 있는 북한 장거리 로켓 은하3호. 연합뉴스

지난 23~25일 세계 모든 언론은 미국에 이목을 집중했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을 동시에 방문했기 때문이다. 먼저 미국에 도착한 교황의 동정을 집중 보도하던 CNN은 시 주석이 도착하자 카메라를 그곳으로 돌렸다.

한국 언론은 미중 정상회담을 한반도 문제에 집중해서 다뤘다. 오바마 대통령은 물론 시 주석도 북핵 문제에 대해 경고성 발언을 했다는데 주목했다. 이어 중국과 공조를 확대해 북한을 더욱 압박해야 한다는 주장이 부각된다. 시 주석은 25일 미중 정상회담 직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을 겨냥해 “미국과 중국은 한반도에 긴장을 조성하거나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배되는 어떤 행동도 반대한다”고 했다. 그런데 다음 날 중국 외교부가 정상회담을 요약한 문건을 공개하면서 시 주석의 북핵 발언을 포함시키지 않은 사실은 대부분 지나쳤다.

국내 언론에서는 간단히 처리됐지만 이번 정상회담을 즈음해 미국과 중국이 합의한 두 문서에 눈길이 끌린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 군 당국은 9월 18일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한 두 개의 문서에 합의했다. 그 둘은 ‘군사적 위기 통보’와 ‘공중 조우’에 관한 문서다. ‘군사적 위기 통보’ 문서는 양국 군 당국이 핫라인을 열어 군사적 위기정보에 대한 상호통보 시스템을 개선하고 위험을 줄이는 것이 골자이다. ‘공중 조우’ 문서는 양국 군 조종사의 안전비행 규칙 준수와 대화채널 유지 등 공중 조우시 대처 요령, 위험구역 설정과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두 문서는 2013년 6월 양국 정상이 발표한 ‘미중 상호신뢰 메커니즘’을 구체화한 것으로서 양국간 군사적 신뢰 구축이 진전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두 문서의 내용이 적용되는 지역이 한정되지는 않았겠지만 북핵 문제, 양안 관계, 영유권 분쟁이 겹쳐있는 동아시아태평양지역이 가장 주목을 끈다. 과거 대만 인근 해역에서 두 나라 전투기들이 공중 조우한 적도 있었다. 미중간 군사적 신뢰 구축이 지역안보 협력의 제도화로 나아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냉전시대에도 강대국간 신뢰 구축은 국제질서의 평화적 관리에 기여하였다. 미국과 소련은 핵무기 개발 제한 협상(SALT)을 시작했다. 유럽 재래식 군사력 감축은 관련국들이 상호균형 감군(MBFR) 협상을 해나갔다. 그리고 35개 동서 양 진영의 국가들은 유럽안보협력회의(CSCE)를 만들어 대서양에서 우랄산맥에 걸쳐 안보협력을 추진해나갔다. 특히 CSCE는 1975년 8월 헬싱키 협정에서 시작해 1986년 스톡홀름 협정, 1990년 비엔나 협정 등을 거치며 군비통제를 발전시켜 나갔다. 군비통제의 규제 대상은 1975년에는 2만5,000명 이상의 기동병력만이었지만, 1988년에는 기동 병력 1만3,000명 이상에 전차, 항공기, 공수·상륙부대 병력 등으로 확대됐다. 군사훈련 사전통보 기한도 더 앞당겨졌고 참관 초청 대상도 의무화됐다.

남북한도 정치·군사적 신뢰 구축에 관해 1990년대 초 남북기본합의서와 관련 3개의 부속합의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잘 만들어냈다. 북핵 위기를 거쳐 2000년 6ㆍ15 공동선언을 거쳐 2007년 10ㆍ4 남북정상선언까지 신뢰 구축이 적극 추진되었다. 그러나 그 후 곤두박질쳤다. 오늘날 남북 대결은 상호 합의한 신뢰구축 방안을 이행하지 않는데 일차적인 원인이 있다. 신뢰 구축의 출발은 상호 인정과 대화이다. 현재 미중간, 과거 미소간 신뢰 구축은 상대를 인정하고 꾸준히 공동이익을 찾아간 데 있다.

미중 정상회담을 보며 북한 압박만 생각한다면 신뢰 구축은 구두선에 불과할 것이다.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가 예상되는 시점에서 남북은 유엔에서 외교전을 전개하고 있다. ‘분단 70년’을 보내며 양측의 신뢰 구축 의지를 판별할 기회가 다가오고 있다. 상호 비방과 도발을 중단하고 예정된 이산가족 상봉을 실시한 후 추가적인 신뢰 구축의 손을 내미는 것은 어려운 기대인가.

서보혁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HK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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