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파문에 휘말렸던 방송인 노홍철이 추석 연휴 MBC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으로 돌아왔다. 10개월 만의 컴백을 두고 온라인 상에서는 어김없이 공방이 벌어졌다. 지난 27일 방송에서 "노홍철이 음주운전 사실을 거론한 모습이 보기 불편했다"며 그의 복귀를 달갑게 여기지 않는 이들이 많다. (▶관련기사 보기) 그러나 한편에서는 활동 재개를 반기는 의견도 있다. 음주운전 스타들의 선례를 보면 빠른 컴백이라 단정할 수는 없다는 논리다.
스타들이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면 '자숙'이란 이름으로 활동을 중단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 됐다. 온라인 마녀사냥의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자숙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발표하는 사과문 한 문장도 신중해야 한다. 억울하다고 전후 맥락 없이 감정에 호소하면 오히려 집중포화 당할 수 있다. 컴백 시기도 적절한 때를 맞춰야 큰 거부반응 없이 활동할 수 있다.
그럼 어떻게 사과하고 자숙해야 현명할까. 비슷한 사안도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대중의 용서를 받을 수도, 화를 더 돋울 수도 있다. 사건별로 스타들의 자숙기간이 어떻게 다른지, 이들의 처세에 따라 여론은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3회에 걸쳐 분석했다. 첫 번째는 사건별 자숙기간에 대한 분석이다. 사건을 도박, 음주운전, 성추문, 군 문제, 실언 등 5가지 항목으로 나누고 항목에 해당하는 대표 스타 5명이 어떻게 자숙했는지를 돌아봤다.
1. 도박 : 자숙기간 평균 2년 5개월
유독 개그맨들이 쉽게 '도박의 늪'에 빠졌다. 대부분 상승 주가를 올린 시기 도박 파문에 휘말려 경력이 단절됐다. 도박 스타들은 보통 1~2년의 자숙기를 거친 후 컴백을 시도했다. 개그맨 이수근도 2년을 채우고 최근 TV캐스트 '신서유기'를 통해 복귀했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 도박 혐의로 같은 처분을 받은 방송인 탁재훈은 아직까지 소식이 없다. 10개월간 이어진 이혼소송이 컴백 시기를 늦춘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탁재훈은 지난 4월 합의 이혼해 향후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방송인 신정환은 도박 혐의를 받을 당시 뎅기열에 걸렸다고 주장했다가 거짓말이 들통나면서 괘씸죄가 추가됐다. 이 때문에 5년을 쉬고도 여전히 컴백하지 못하고 있다. 신정환은 지난해 12월 지인에게 빌린 돈을 갚지 않아 사기 혐의로 고소당하기도 했다. 연예계 복귀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여론이 다수다.
2. 음주운전 : 자숙기간 평균 1년 5개월
처벌이 비교적 가벼운 음주운전은 평균 자숙기간이 짧았다. 빠른 경우 한달 내 복귀도 가능했다. 2006년 음주운전에 적발된 JYJ 김재중은 한달 만에 공연에 나섰다. 개그맨 유세윤은 음주운전 당일 자수한 덕분에 3개월 후 tvN 'SNL코리아'에 무리없이 복귀했다.
슈퍼주니어 강인은 상황이 다르다. 그는 2009년 폭행 혐의로 입건된 지 한달 만에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를 냈다. 여론이 들끓자 강인은 슈퍼주니어 활동을 잠정중단하고 2010년 군입대했다. 제대한 후에는 슈퍼주니어 7집 '섹시 프리 앤 싱글(Sexy, Free & Single)'로 팀에 합류했다.
클릭비 출신 방송인 김상혁은 연예계 대표 '음주운전 스타'로 낙인이 찍혔다. 그는 2005년 기자회견에서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며 횡설수설해 희대의 유행어를 낳았다. 이후 YTN스타 '서세원의 生쇼'로 컴백했지만 예전 인기를 회복하지는 못했다.
3. 성추문 : 자숙기간 평균 3년 6개월
성범죄 논란은 스타의 커리어에 치명적이다. 자극적인 사안인 만큼 이미지 실추가 심각하고 활동하는 내내 꼬리표가 따라붙게 된다. 성범죄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은 스타라도 평균 3년 6개월에 달하는 자숙기간을 보내야 한다.
20대 연예인 지망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고소 당한 배우 박시후는 무혐의로 처벌 위기를 면하고도 3년간 컴백하지 못했다. 박시후는 내년 OCN 드라마 '동네의 영웅'으로 복귀할 예정이다.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를 받은 가수 고영욱은 징역 2년 6개월의 형량을 모두 채우고 지난 7월 출소했다. 고영욱은 '국내 최초 전자발찌 연예인'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연예계 복귀는 평생 불가능하다는 것이 다수의 의견이다.
'50억 협박녀' 사건에 휘말렸던 이병헌은 피해자임에도 많은 비난을 받았다. 배우자를 두고 다른 여성과 만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륜 스캔들이 일었기 때문. 하지만 여론이 식기도 전 1년 만에 영화 '협녀'로 복귀해 눈총을 받았다.
4. 군 문제 : 자숙기간 평균 5년 2개월
군 관련 문제는 대중이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안이다. 스타가 병역기피 등 군 문제를 일으킨 후 활동을 중단하는 기간은 평균 5년 2개월로 5가지 항목 중 가장 길었다.
2002년 병역기피로 입국금지 조치를 받은 유승준은 13년이 지난 지금도 용서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월 인터넷 방송을 통해 두 차례 눈물로 사죄했지만 병무청은 '입국금지 해제를 검토하지 않는다'는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KBS '1박2일'로 전성기를 누리던 MC몽은 치아 발치로 병역 면제 처분을 받아 병역기피 의혹을 받았다. 2011년 법원은 치료를 위한 정당한 발치로 판단, 무죄 판결을 내렸으나 여전히 MC몽이 군 면제를 노렸다는 의심의 시선이 남아있다. 그가 5년간 자숙기를 마친 후 지난해 6집으로 컴백하자 여파가 상당했다. MC몽은 방송활동을 일절 하지 않고 있다.
5. 실언 : 자숙기간 평균 4개월
법적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 실언 사건은 이미지 회복이 빨랐다. 별다른 자숙 없이 사과문으로 사태를 수습하고 활동을 이어가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장동민은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생존자를 모욕하는 발언으로 MBC '무한도전'의 식스맨 후보에서 하차했다. 하지만 불과 한달 만에 tvN '더 지니어스: 그랜드 파이널'에 출연해 구설에 올랐다. 그는 최근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방송에 나가서 계속 사죄하는 마음을 표하고 웃음을 주는 본래 역할을 잘 수행하는 것이 자숙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송민호는 지난 7월 Mnet '쇼미더머니4'에서 여성비하 랩을 구사했다. 이후 대한산부인과의사회까지 일어나며 사태가 커지자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활동 중단 없이 방송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5가지 항목 중 자숙기간이 긴 사건은 군 문제, 성추문, 도박, 음주운전, 실언 순이었다. 병역기피나 성범죄처럼 처벌이 무거운 사안이 아니면 자숙기간도 짧고 대중의 용서도 비교적 빠른 편이었다. 다만 예외는 있었다. 어떤 사건이든 거짓말로 사태를 수습하려고 하면 장기간 연예계에 돌아오지 못한 채 거짓말의 대가를 치러야 했다. 사건의 경중을 떠나 진정성 있는 사과가 선행돼야 대중의 분노도 그만큼 빨리 가라앉는 것이다.
이소라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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