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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도쿄올림픽 내홍이 주는 교훈

입력
2015.09.2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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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최측근이자, 우익성향 교과서 검증을 주도해온 시모무라 하쿠분 문부과학장관이 최근 사임 의사를 밝혔다. 아베 총리는 시모무라 장관을 곧 있을 개각 때 까지만 직책을 유지토록 하는 것으로 정리, 자신의 가신에 대한 체면을 세워줬지만, 장관으로서의 생명은 이미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베 총리의 두터운 신임을 받던 시모무라 장관의 낙마는 2020년 치러지는 도쿄올림픽과 관계가 있다. 최근 국제공모전을 거쳐 확정한 주경기장 건설에 2,651억엔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치가 발표됐는데 이게 화근이 됐다. 이는 일본정부와 도쿄도가 올림픽 유치전인 2012년 상정한 건설비 1,300억엔보다 2배나 많다. 이쯤 되니 지속되는 경제난에 더 이상 돈 드는 올림픽 유치에 반대하는 국민들을 회유하기 위해 수치를 조작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일본 국민이 올림픽경기장 건설 비용에 민감한 것은 사상 최악의 적자를 낸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에 대한 학습효과 때문이다. 당초 2조3,000억엔의 경제효과를 기대한 지역연구소의 발표와는 달리 1,000억엔 가량의 적자를 기록했고, 올림픽이 지역 경제를 살릴 것이라는 환상도 함께 무너졌다.

올림픽 주경기장 건설을 두고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비난이 거세지자 아베 총리는 급기야 건설계획을 백지화하고, 설계자를 재선정키로 하는 등 사후약방문식으로 부산을 떨었지만 혈세 낭비에 성난 국민들의 민심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가뜩이나 도쿄올림픽 엠블럼이 표절 의혹에 휩싸여 백지화하는 사건이 발생, 수백억엔대의 사회적 비용 손실을 겪게 된 터였다. 사태가 일파만파로 퍼지면서 심각한 재정 부채에도 불구, 무제한으로 돈을 찍어 경제를 살리겠다는 아베노믹스의 근간마저 흔들릴 위기에 놓였다. 이번 사태를 두고 시모무라 장관이 대형사업 추진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책임을 지고 옷을 벗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실제로는 아베 총리를 지키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이웃 국가에서 발생한 올림픽 주경기장 과대비용 논란을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까닭은 주지하다시피 도쿄올림픽에 앞서 평창올림픽이 개최되기 때문이다. 우리 역시 경기장 건립을 두고 과다한 비용문제가 도마에 올랐고, 개최까지 불과 2년 남짓 앞두고도 이런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불과 보름간 치러지는 경기장 건설에 천문학적 비용을 쏟아야 하는 지에 대한 의문도 여전하다.

지난 주 2018 평창동계올림픽 준비 상황 5차 점검이 이뤄졌다. 이 자리서 일부 대회장의 더딘 공정률 등에 대한 지적이 있었지만 경기시설을 대회 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빠져 있었다. 대회를 여는 것에만 방점을 찍다 보니 대회 종료와 함께 숨어있던 각종 문제점이 봇물처럼 터질 가능성이 벌써부터 우려된다.

이런 사례는 과거에도 무수히 반복됐다. 최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유기홍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0~2013년 포뮬러원(F1)을 비롯,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2014년 인천아시아경기대회, 2015년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등 최근 국내에서 열린 굵직굵직한 국제 체육대회가 모조리 적자를 기록했다. 유치 비용은 애초보다 7,900억원 가량 많았고, 이중 80% 이상을 국고에서 충당했다고 한다. 더욱이 일부 대회는 대회 종료 후 회계 자료를 정리하지 않아 손익여부조차 파악되지 않는다고 한다. 덩그러니 남은 경기장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추가 손실이 얼마나 될지는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

올림픽을 비롯한 국제 체육대회를 상대적으로 낙후한 지역의 사회간접자본(SOC) 확충이나 지역 홍보를 위한 장으로 활용하겠다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철저한 손익계산에 따른 경기 운영, 그리고 사후 관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돈 먹는 하마에 그칠 뿐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일본이 도쿄올림픽 주경기장 건설을 뒤늦게나마 백지화한 사건을 두고 우리가 읽어야 할 행간은 바로 이 부분이다.

한창만 전국부장 cm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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