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계속 오를까
재건축·재개발 이주 6만가구 예상
서울 전세 품귀현상 심해질 듯
분양 열풍 이어지나
실수요와 건설사 밀어내기 맞물려
내달에만 10만 가구… 활황 지속
여윳돈 투자 어떻게
강남 재건축 신규 분양단지 유망
하남 미사 등 공공택지도 주목
통상 추석 연휴는 4분기 주택시장의 향배를 결정하는 중요 분기점으로 작용해 왔다.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대화를 나누다 보면 ‘기ㆍ승ㆍ전ㆍ부동산’ 식으로 주제가 쏠리고, 이렇게 이사나 투자 등의 조언을 듣고 추석 이후 곧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경우가 많아서다. 올해는 유독 부동산 이슈가 많았던 만큼 여느 해보다 밥상 주제로 많이 등장했을 터. 추석 이후 부동산 시장의 향방을 세 가지 포인트로 짚어봤다.
전세 상승세 지속될까
세입자들의 관심사는 단연 전셋값의 상승세가 꺾일지 여부다. 하지만 추석 이후 전세난이 더 심화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재건축과 재개발로 인한 이주 등 전세난을 부추기는 요소는 많은 반면에 이를 해소할 뾰족한 방법은 없는 탓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 부동산전문위원은 “저금리 장기화로 전세의 월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만기가 돌아오는 전세는 기존 세입자가 재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아 시장에 나오는 물건 자체가 없다는 게 문제”라며 “추석 이후에도 전세 품귀현상은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서울에서는 올 가을부터 본격적으로 재건축ㆍ재개발 사업에 따른 이주가 예정돼 있어 전세난을 부채질할 전망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서초, 강남, 송파, 강동 등 강남 4구에서만 2만가구가 이주 예정이다. 서울 전 지역으로 범위를 넓히면 이주 가능성이 있는 세대는 6만여가구에 이른다. 서울시가 최악의 상황을 피하려 강남4구의 단지별 관리처분 인가를 2~4개월씩 늦추는 방법으로 이주 속도를 조절하기로 했지만 근본적으로 전세난을 막을 순 없을 거라는 게 시장의 반응이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은 “전세가격이 오를 대로 오른 상황이지만 이주 수요로 인해 추가 상승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분양 열풍은 언제까지
올 가을 분양시장에는 최대 규모의 물량이 풀릴 것으로 보인다. 세입자 생활이 불안하다 보니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욕구는 강해지고 있고, 이런 심리를 간파한 건설사들이 ‘밀어내기 분양’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10월 전국 138개 단지에서 10만8,045가구가 시장에 공급될 예정이다. 이는 연중 최대 규모일 뿐만 아니라 이 리서치회사가 2010년 통계를 집계한 이래 가장 많은 물량이다. 서윤석 리얼투데이 연구원은 “전통적으로 추석 이후에는 비수기에 접어들기 전 분양을 받으려는 수요와 남은 물량을 공급하려는 건설사들의 움직임이 맞물리는 시기여서 물량이 많이 몰린다”며 “실수요자는 물론, 분양권 전매에 따른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자까지 합세해 당분간 분양 시장의 활황은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도 “올해만큼은 아니지만 내년까지도 분양 열기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망 투자처는 어디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부동산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전문가들이 꼽는 올 가을 유망한 투자처는 신규 분양하는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나 공공택지 물량 등이다. 박원갑 위원은 “상가는 가격이 너무 올랐고 관리가 어려운 반면 신규 분양은 저층, 비인기 동호수에 당첨되면 계약을 포기하면 된다”며 “청약통장을 다시 만들어 1년만 기다리면 수도권(지방은 6개월)에서 또 1순위 자격이 주어지는 만큼 신규 분양이 저위험 투자처”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여윳돈이 있다면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에 관심을 가져볼 것을 조언했다. ‘발품’은 덜 팔면서 웃돈은 어느 정도 보장된 단지를 노리라는 것이다. ‘반포 센트럴 푸르지오 써밋’(751가구ㆍ10월)과 ‘송파 헬리오시티’(9,510가구ㆍ10월), ‘반포 래미안 아이파크’(829가구ㆍ11월), ‘반포 아크로리버뷰’(595가구ㆍ11월) 등이 올해 청약시장에서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되는 단지들이다. 이 외에도 하남미사지구 등 수도권 남부의 저렴한 공공택지에 짓는 아파트도 투자 가치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반면 상가 투자에는 신중하라는 목소리가 높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현재 상가의 공급은 없는 반면 수요는 넘쳐서 재고 물량까지 불티나게 거래가 된다”며 “하지만 거래가격이 오르면서 5%가 넘던 수익률이 요즘 4% 이하로 떨어지고 있는 만큼 지나친 욕심을 버리는 게 좋다”고 말했다.
강아름기자 sara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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