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군과 평화협정 무산 가능성도
아프가니스탄 무장 세력 탈레반 500명(아프간 정부 추산)이 수천명의 아프간 정부군이 지키던 북부 주요 도시 쿤두즈를 장악했다. 탈레반이 아프간에서 주요 도시를 장악한 것은 2001년 미국의 공습으로 정권을 빼앗긴 이후 처음이며 가장 큰 군사적 승리이다. 이로써 아직 내부분열을 해결하지 못한 탈레반 새 지도자 물라 아크타르 만수르는 입지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존 F. 캠벨 아프간 연합군 사령관의 미 의회 증언을 일주일 남긴 상황이어서, 아프간 철군을 추진중인 오바마 정부는 큰 타격을 입게 됐다. 또 오랜 기간 교착상태였던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간의 평화협정도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AP AFP 등 외신에 따르면 탈레반은 28일(현지시간) 새벽 수도 카불에서 북쪽으로 250㎞ 떨어진 쿤두즈의 경찰서와 교도소 등을 목표로 공격을 개시해 반나절 만에 쿤두즈시 주요 거점을 점령했다. 탈레반 점령 직후 만수르는 성명을 내고 “쿤두즈 시민은 생명과 재산의 보호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라며 “완전한 안전 속에서 일상을 유지하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지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올라온 동영상 등을 보면 경찰서 건물 등 관공서가 불타고 보석상점 등이 약탈되는 등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또 탈레반들은 교도소에 수감된 탈레반 병사 140명 등 600여명을 풀어줬다. 공개된 동영상 중 하나에는 도심에 모인 군중이 탈레반 병사의 선창에 맞춰 “미국에 죽음을, 미국의 시종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치는 모습도 담겼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한편 아프간군 관계자는 "공항 등 전략 지역은 정부군이 통제하고 있다"며 "지원군이 이미 도착해 반군에 대한 공격에 곧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군사 전문가들은 “탈레반의 대규모 공격을 예상하고도 도시를 지키지 못했다”며 아프간 정부군과 보안 당국의 참패라고 말했다. 특히 뉴욕타임스는 탈레반의 전력이 우세했다기 보다는 미군에게 훈련 받은 아프간 정부군의 무능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번 패배는 특히 백악관에게 뼈아프다. 미 의회는 다음주 캠벨 사령관을 워싱턴으로 불러 아프간 전황과 미군이 계속 아프간에 남아 있어야 하는지 여부를 따져 물을 계획이었다. 현재 아프간에는 미군 1만명이 주둔해 있는데 이들은 주로 아프간 정부군 훈련과 고문 역할을 맡고 있다. 이미 아프간 단계 철군 계획을 밝힌 백악관은 아프간 전세가 불리해지자 이들 미군을 철수시킬지 몇 년 더 주둔시킬지 여부를 아직도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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