潘 “새마을운동 공유, 박 대통령에 감사”에 박 대통령 ‘활짝’
潘, ‘친박계 대안 주자’ 설 모락모락, 여론조사서 김무성 제치고 차기 주자 1위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뉴욕 방문이 여의도의 ‘반기문 대망론’에 다시 불을 지폈다.
박 대통령은 유엔 총회ㆍ개발정상회의 등 참석을 위해 25일(현지시간)부터 나흘 간 뉴욕에 머무르면서 거의 모든 주요 일정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함께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유엔의 수장인 반 총장과 공식 행사에서 여러 번 만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박 대통령과 반 총장이 한반도 문제와 유엔 현안 등을 놓고 호흡을 맞추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예사롭지 않다. 청와대는 23일 “박 대통령은 뉴욕 방문 기간에 반 총장과 공식ㆍ비공식으로 여러 번 만날 예정”(주철기 외교안보수석 브리핑)이라고 예고해 여권의 잠룡들을 긴장시켰다.
박 대통령과 반 총장은 나흘 간 공식ㆍ비공식 행사에서 7차례나 만난다. 25일 뉴욕에 도착한 박 대통령의 첫 번째 일정은 반 총장 관저에서 만찬을 함께 한 것이었다. 26일에는 유엔 개발정상회의 기조연설, 새마을운동 고위급 특별행사에 나란히 참석했다.
우리 정부와 유엔개발계획(UNDP)ㆍ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함께 주최한 새마을운동 고위급 특별행사에서 반 총장은 박 대통령의 새마을운동 전파를 적극적으로 지지해 눈길을 끌었다.
박 대통령은 개회사에서 새마을운동을 세계화한 모델인 ‘신(新)농촌개발 패러다임’을 제안했고, 뒤이어 연단에 오른 반 총장은 새마을운동이 세계 여러 곳으로 퍼진 사례들을 소개했다. 반 총장은 학업 성취도가 높은 뉴욕 할렘가의 한 고등학교를 올 6월 방문한 일을 소개하며 “학교 창업자이자 교장이 새마을운동에 영감 받은 분이라는 것을 알았다. 뉴욕 맨해튼 중심에서 새마을 운동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고 했다. 또 외교부장관 시절 만난 르완다 대통령에게 새마을운동 관련 책을 선물 받은 것을 화제로 올리면서 “아프리카와 아시아 지역에서 산불처럼 새마을운동이 번지고 있다”고 했다.
반 총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새마을운동을 처음 시작할 때 공무원으로서 새마을운동을 실행으로 옮기는 노력을 했다”면서 “제가 살던 마을과 나라가 변화하는 모습을 직접 보면서 자부심을 느꼈고, 가난했던 마을과 주민의식의 급진적인 변화를 목격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개발경험을 개도국과 공유하고 있는데 대해 박 대통령에게 감사하다”고도 했다.
박 대통령은 반 총장의 연설이 끝나자 활짝 웃으면서 박수를 쳤고, 옆자리로 돌아온 반 총장에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반 총장의 정치적 의도 여부와 상관 없이 ‘반 총장이 박심(朴心) 구애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정치권에서 나온 이유다.
박 대통령은 27일 반 총장이 유엔본부에서 주최한 기후변화 주요국 정상오찬에도 참석했다. 28일에는 박 대통령이 기조연설을 하는 유엔총회와 반 총장이 주최하는 오찬, 유엔평화활동 정상회의에서 박 대통령과 반 총장의 만남이 예정돼 있다. 26일 박 대통령이 기조연설자로 나선 글로벌교육우선구상 고위급 회의에는 반 총장의 부인인 유순택씨가 참석하기도 했다.
유엔 무대에서 연출된 이 같은 장면들은 정치권을 술렁이게 했다. 여권 핵심부의 일부 인사들은 반 총장을 ‘친박계 차기 대선주자’로 꼽고 있다. 공교롭게도 27일 공개된 차기 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반 총장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누르고 1위에 올랐다. SBS가 추석 연휴를 앞둔 23,24일 TNS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에서 차기 대통령감으로 가장 낫다고 생각하는 인물을 묻는 질문에 반 총장을 꼽은 응답자가 21.1%로 가장 많았다. 김 대표(14.1%)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11.2%) 박원순 서울시장(10.1%)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6.3%) 등이 뒤를 이었다. 같은 조사에서 반 총장을 후보군에서 제외하자 김 대표가 17.3%로 1위를 되찾았다.
최문선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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