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말 의장직과 의원직 사퇴 의사를 밝힌 공화당 소속의 존 베이너 미국 하원의장이 정계를 떠나면 로비스트로 변신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 일간지 USA 투데이는 26일(현지시간) 베이너 의장이 정계 은퇴 후 로비스트가 되면 거액을 벌 것이라고 예상했다.
베이너와 같은 당 소속 연방 하원의원으로 활동한 뒤 현재 금융 컨설팅 회사인 딜로이트에서 로비스트로 일하는 톰 데이비스는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의회에 친구와 협력자가 많은 베이너 의장은 로비스트가 되면 100만 달러 이상을 벌 것”이라고 내다봤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이란 핵 합의 저지에 실패하고 연방정부 셧다운 문제 등으로 리더십을 상실한 베이너 의장은 전날 의장직 사퇴를 전격 발표했으나 앞으로 거취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세계적인 헤드헌팅 업체인 하이드릭스 앤드 스트러글스의 수석 부사장인 줄리언 하도 “워싱턴DC의 여러 기업과 강한 유대를 이어온 베이너 의장이 ‘최선을 다한, 존경받는 의장’으로서 의회를 떠날 것”이라면서 “정부 고위직 관련 로비를 포함해 여러 분야에서 그가 원하는 대로 일을 잘 해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USA 투데이는 의회 지도자들이 의회를 떠난 뒤 로비스트로 활동하는 것은 오랜 관행이라고 소개했다. 2008년 미국 상원 다수당 총무 출신인 트렌트 로트 전 의원과 동료 상원의원인 존 브록은 자신의 이름을 건 로비 회사를 차려 3년간 3,000만 달러 이상의 수입을 올리기도 했다. 이들은 현재 인터넷 상거래 업계의 공룡인 아마존 등을 고객으로 둔 유력 로비회사 스콰이어패턴보그스에서 일하고 있다.
미국 하원은 의원직 사퇴 후 1년간 전직 동료 의원을 상대로 로비 활동을 벌일 수 없도록 규정했으나 많은 정치인이 정계 은퇴 후 드러나지 않은 막후 실력자로서 로비활동을 하는 현실이라고 USA 투데이는 전했다.
한 초당파 기관에 따르면 하원의장으로서 올해 연봉 22만3,500달러를 받은 베이너 의장의 재산 규모는 2013년 현재 재산 230만∼679만 달러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미 많은 돈을 번 베이너 의장이 가족과 함께 시간을 더 보내거나 가톨릭 자선 활동에 헌신하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베이너 의장은 해마다 가톨릭 관련 기금 모금 행사를 주도하고 하원에서 일한 25년간 교황의 하원 연설 추진에 앞장서왔다.
미국을 방문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24일 역대 교황으로는 처음으로 역사적인 미국 상·하원 합동 연설을 하는데 베이너 의장이 중추적인 노릇을 했다. 그는 의장실에서 교황을 만난 뒤 의장직 사퇴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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