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도시농업의 역사는 1992년 주말농장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시농업기술센터가 기획하고 서초구에서 시작한 주말농장은 한동안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시내 농지 부족 때문에 경기도 양평에 대규모 농장을 조성하면서 접근성 문제 등 한계를 곧 드러냈다. 주말이면 관광객 차량으로 일대가 심각한 교통체증을 겪었고 자연히 주말농장을 찾는 이들의 발길도 뜸해졌다.
2000년대 들어 도시농업이 다시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예비 귀농인들의 실습 목적 때문이었다. 2005년 귀농운동단체인 전국귀농운동본부는 제1기 도시농부학교를 열고 경기 안산과 군포, 고양에 실습농장을 마련했는데 귀농자 못지않게 도시 사람들이 큰 관심을 보였다.
도시농업의 대중적 관심은 쿠바 도시농업의 상징인 ‘오가노포니코(폐자재를 활용한 큰 화분)’를 본뜬 상자텃밭이 보급되면서부터다. 노는 땅이 없는 도시에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전국적으로 알려지게 됐다. 도시농업의 본격적인 확산은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으로 일어난 촛불시위, 가을 배추 한 포기 값이 1만 5,000원까지 급등한 2010년의 배추파동 등 먹을거리에 대한 위기의식 고조가 계기가 됐다.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자급 욕구를 품게 된 이들이 늘어났다. 여기에 2011년 도시농업육성법이 제정되면서 도시농업은 제도화 흐름을 타게 됐다.
이후 텃밭보급소, 그린플러스연합, 에코11 등 사회적 기업과 청년들로 구성된 파절이(파릇한절믄이)협동조합, 씨앗들협동조합 등이 결성되면서 민간 영역도 탄력을 받고 있다. 안호철 도시농업시민협의회 상임대표는 “식량 자급과 공동체 문화 복원 등 도시농업의 긍정적 가치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면서 “하지만 현재 도시농업에 적극적인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주도하는 관의 역할 없이는 일시적인 바람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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