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청에 관련 자료 제출 요구
靑 보고 누락 기망 여부 초점
부실·비위 드러나면 본격 수사
당시 국방장관 김관진 책임론도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25일 한국형전투기(KF-X)사업에 대한 검증에 착수했다. 청와대가 국가안보실을 정점으로 한 군부의 보고라인을 제쳐두고 민정수석실을 통해 군의 전력화 사업을 직접 조사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차기 전투기(F-X) 기종 선정 당시 국방부 장관을 지낸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대한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청와대에서 KF-X사업의 추진경위, F-X사업의 반대급부로 들여올 절충교역의 내용과 결정과정 등 관련 자료를 망라해 제출하라고 요구해왔다”며 “사업관리본부장과 항공기사업부장을 비롯한 전ㆍ현직 담당자들도 청와대로 불려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KF-X사업이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등을 확인해 대통령에게 정확한 사실관계를 보고하기 위한 사전조치”라고 말했다. 노무현정부 시절 주한미군기지 이전비용 축소은폐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청와대 내사를 거쳐 민정수석실에서 마무리 한 전례가 있지만 이처럼 처음부터 민정수석실이 전면에 나선 경우는 없다.
KF-X사업은 개발비 8조5,000억원, 양산비 9조6,000억원 등 18조여원을 들여 현재 공군 주력인 KF-16전투기보다 성능이 좋은 미들급 전투기 120대를 국내에서 생산하는 사업이다. 사업을 주도하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국내에서 개발이 어려운 AESA 레이더 등 4가지 핵심기술의 경우 F-X사업의 절충교역을 통해 미국 정부로부터 들여올 계획이었지만 미 정부가 이전을 거부하면서 KF-X는 목표연도인 2025년까지 개발이 불투명해졌다.
군 안팎에서는 민정수석실이 국방부나 감사원을 거치지 않고 전면에 나선 것은 KF-X사업 추진과정에서 청와대 보고를 누락해 기망했는지를 살펴보기 위한 포석으로 보고 있다. KF-X사업은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공동개발국인 인도네시아를 순방한 것을 계기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사안이어서 차질을 빚을 경우 외교문제로 비화할 수도 있다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민정수석실 조사과정에서 부실이나 비위 혐의가 드러난다면 군검찰이나 검찰 고발 등을 통해 사정 당국의 본격적인 수사가 이뤄질 수도 있다.
국방부 주변에서는 민정수석실의 이례적인 사정이 결국 김관진 안보실장을 겨냥한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지난해 5월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김 실장이 주재한 방위사업추진위에서 F-X기종이 미 록히드마틴의 F-35로 최종 결정됐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김 실장은 기종 결정 과정 때는 국방장관이었지만 계약 당시에는 주무 장관이 아니었다”라고 해명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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