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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서 캔 '나눔의 행복' 도시농부의 넉넉한 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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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서 캔 '나눔의 행복' 도시농부의 넉넉한 추석

입력
2015.09.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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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키운 채소, 이웃과 소통 촉매"

홀몸 노인이나 암 환자에 기부도

국내 도시농부 100만명 눈앞

자급자족·공동체적 삶 꿈꿔

"일구고 나누며 도시생활 치유"

도시농부 과정을 함께 수료한 신경자(왼쪽부터), 박동주, 윤원숙씨가 서울 도봉구 도봉동 친환경 텃밭에서 수확한 채소로 튀김 요리를 하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도시농부 과정을 함께 수료한 신경자(왼쪽부터), 박동주, 윤원숙씨가 서울 도봉구 도봉동 친환경 텃밭에서 수확한 채소로 튀김 요리를 하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지난 21일 오후 서울 도봉구 도봉동 친환경텃밭. 평상에 튀김 요리가 한 상 차려졌다. 올 봄 도봉구청의 도시농부 과정을 함께 수료한 동기생 모임 ‘텃밭애(愛)’ 회원들이 밭에서 깻잎, 당귀, 명월초, 자소엽, 당근잎 등을 수확해 노릇하게 튀겨 냈다. 추석(27일)을 앞두고 추석 성수품 구매가 몰리는 시기지만 이들은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대신 텃밭에서 추석 맞이를 시작했다. 박동주(47)씨는 “텃밭애 모임 후에는 늘 가족과 나눌 이야깃거리가 풍부해진다”며 “다른 회원 덕에 처음 맛본 명월초 튀김을 이번 명절에 가족에게 만들어 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추석은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기에 좋은 때이지만, 이들에게는 텃밭 공동체와 함께하는 시간 역시 소중하다. 박씨와 윤원숙(57), 신경자(50), 원옥분(57)씨 를 비롯한 6명의 회원은 49.58㎡ 넓이의 밭에서 배추와 갓, 파, 무 등 다양한 작물을 경작한다. “텃밭을 일궈 수확의 기쁨과 나눔의 행복을 누리면서 팍팍한 도시 생활의 치유를 경험했다”는 게 공통된 말이다.

수학 강사인 박씨는 3년 전 암 진단을 받고서 자연을 가까이 하고 싶다는 생각에 텃밭에 관심을 갖게 됐다. 도시농부 5년 차인 원씨는 집 안 한편에 쓰다 남은 퇴비용 가축분뇨가 종종 쌓일 정도로 텃밭 가꾸기에 푹 빠졌다. 요양보호사인 신씨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원씨의 권유로 도시농업에 발을 들였다. 그는 “채소는 거의 사 먹을 일 없을 정도로 자급자족이 가능해졌다”며 “수확물은 이웃과의 거리를 좁혀 주는 촉매제 역할까지 한다”고 말했다. “텃밭에 들른 날이면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이웃과 대화를 풀어가기가 평소보다 훨씬 수월하다”는 것이다. 가을 수확물을 어디에 전할 지가 이 사람들의 고민거리다. 원씨는 “예년과 달리 작물이 아직 여물지 않아 추석 나눔을 하지 못하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이들은 그간 수확물의 절반 이상을 홀몸노인이나 암환자에게 기부해왔다. 이들은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 친지와 이렇게 경험한 수확과 나눔의 과정을 공유하는 행복이야말로 진짜 추석 선물이라 믿고 있다. 박동주씨는 “도시에서는 삭막하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서만 인간관계를 유지해 가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처럼 땅을 밟고 협동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사회적 소외를 덜 느끼고 공동체 의식을 갖게 될 수밖에 없다”며 “이렇게 느낀 감사의 마음을 담뿍 담은 텃밭 채소를 곁들인 음식을 가족과 이웃에게 정성껏 대접하는 것은 돈으로 쉽게 해결하는 선물과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만인의 경쟁과 대량생산, 소비문화에 절어 사는 게 도시민이지만 ‘왜 꼭 그래야만 하느냐’는 사람들도 있다. 자급과 공동체적인 삶을 꿈꾸는 소규모 그룹을 일컬어 ‘도시부족’(Urban Tribe)이라 한다. 대표적 부족인 한국의 도시농부는 알게 모르게 늘어나 100만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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