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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화나 합법화 확산 위해… 마약류 기업 美대선판에 베팅

입력
2015.09.2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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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 후보에 자금지원·영향력 확대

새해를 하루 앞둔 지난해 12월 31일 미국 덴버주의 한 술집에서 열린 새해 축하 파티에서 한 여성이 마리화나를 피우고 있다. 덴버=AP
새해를 하루 앞둔 지난해 12월 31일 미국 덴버주의 한 술집에서 열린 새해 축하 파티에서 한 여성이 마리화나를 피우고 있다. 덴버=AP

랜드 폴(켄터키) 미 공화당 상원의원이 최근 콜로라도주 컨벤션 센터에서 마약류 상품을 판매하는 기업인들과 긴밀한 환담을 가졌다. 2016년 대선에서 랜드 폴 상원의원을 후원하기 위해 정치자금을 모금하는 행사 자리였다. 마리화나 성분을 주입한 음료수를 파는 회사인 딕시 브랜즈의 트리프 케베 회장은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유력 대선 후보가 연방법이 금지한 마약류를 파는 기업인들과 공개적 자리를 갖는 것은 이번이 처음일 것”이라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2016년 미 대선의 향방을 결정할 주요 변수로 마리화나 등 마약류 상품 관련 기업인들의 지지 여부가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고 영국 일간지 텔레그레프가 24일 전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각 주의 재량에 따른 법안 통과로 마리화나를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도록 합법화했지만 연방법은 여전히 불법으로 규정돼 있다. 미국에서는 현재 콜로라도주와 워싱턴주, 알래스카주, 워싱턴 등 4개 주가 오락용 마리화나를 합법화했고 약 23개 주는 마리화나를 의료용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마약류 상품 관련 기업인들은 이번 대선을 기회로 유력 대선 후보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자금 지원에 나서고 있다고 텔레그레프는 지적했다. 마약류 상품화에 부정적인 공화당 의원들은 물론 지지 표명에 주저하고 있던 민주당 의원들을 우호적 세력으로 돌려 세워 마리화나 합법화 지역 확대, 불법으로 규정한 연방법 폐지 등의 정책 입안을 이끌어내려 하는 것이다.

마약류 관련 기업인 모임은 유력 대선 후보인 폴 상원의원에게 최근 약 10만달러를 기부했다. 미 정치자금법에 규정된 그들이 기부할 수 있는 최대 정치자금 한도액이다. 폴 상원의원은 마리화나 합법화에 대한 입장 표명에서 전체 공화당 의원 중 가장 긍정적이었다.

미 정치인들에게도 마약류 상품 시장은 2016년 대선 승리를 위해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영역이 됐다는 지적이다. 미 투자회사인 아크뷰에 따르면 미 마약류 상품 시장은 올해 약 34억달러(약 4조500억원) 규모에서 2019년에는 약 100억달러로 3배 가까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큐뷰는 “미 산업 중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분야”라고 지적했다. 부족한 정치 자금에 시달리는 대선 후보들로서는 마약류 상품 시장에 종사하는 기업인들의 지지를 끌어낼 필요가 생긴 것이다.

다나 로라바허(캘리포니아) 공화당 의원은 “정치자금 후원 행사에 가면 7명 중 1명은 마약류 관련 종사 기업인”이라며 “정치적으로 이들이 매우 큰 입지를 갖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화당 의원들은 마리화나 합법화 지지 선언으로 보수층의 지지표를 약 1% 잃는 대신 진보층으로부터 약 5~10% 정도의 표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계산하고 있다.

마리화나 합법화에 대한 미 국민 여론도 찬성 쪽으로 우세하게 기울면서 민주당의 유력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태도변화를 보이고 있다. 클린턴 전 장관은 “마리화나를 피워본 적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 없다”고 말하며 마리화나 합법화 관련 부정적인 뜻을 밝혔다가, 최근에는 “마리화나 합법화를 결정하는 각 주들은 민주주의의 실험장이 되고 있다”며 우회적으로 지지의 뜻을 밝혔다.

한편 공화당에서 마리화나 합법화에 가장 강경하게 반대하고 있는 유력 대선 후보는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주 주지사가 꼽혔다. 미 연방 검찰 출신인 그는 “미 연방수사국(FBI)을 동원해 각 주에서 마리화나를 합법화한 현장을 급습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현우기자=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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