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SK의 이승준(37ㆍ205㎝)-동준(35ㆍ200㎝) 형제는 어린 시절부터 꿈 꿔온 같은 유니폼을 입었다. 프로농구 출범 이후 형제가 한 팀에서 뛰는 건 서울 삼성 박성배-성훈에 이어 두 번째다.
둘은 모두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어 새 둥지를 틀었다. 원주 동부에서 이적한 이승준은 3억6,200만원, 삼성 소속이던 이동준은 1억8,000만원의 연봉을 받는 조건이다. SK는 둘을 데려오는데 총 5억4,200만원을 지출했다. 팀 샐러리캡(23억원)에서 23.5%를 차지하는 금액이다.
이승준-동준 형제는 외모가 출중하고, 플레이 스타일도 화려하다. 농구 팬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를 두루 갖춘 이른바 ‘팬타스틱’플레이어다. 다만 수비 센스는 좋지 않다. 수비 조직력을 중시하는 최근 농구 흐름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주위의 우려가 있었지만 SK는 강점이 약점을 상쇄할 것으로 기대했다.
뚜껑을 연 결과 우려는 현실이 됐다. 개막 직전 문경은 SK 감독이 “큰 기대는 말아달라”며 “둘이 합쳐 10분 정도 뛰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한 대로 초라한 성적을 내고 있다. 이승준은 5경기에서 평균 13분25초를 뛰며 5점 2.4리바운드, 이동준은 6분43초 출전에 1.2득점 1리바운드에 그쳤다. 이들은 22일 서울 삼성전에서 승부처인 4쿼터 내내 벤치를 지켰다.
간판 가드 김선형이 불법 스포츠 도박 혐의로 기한부 출전 보류를 받은 가운데 이승준-동준 형제의 ‘고비용 저효율’ 플레이까지 겹치며 SK는 2승3패로 불안한 시즌 출발을 했다. 이 때문에 SK가 왜 거액을 들어가며 이들 형제를 영입했는지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시선이 존재한다.
한 팀의 감독은 “두 명 중 한 명을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하지 않을까”라고 했고, 또 다른 관계자는 “동부가 이승준을 지난해 아무 조건 없이 다른 팀들이 데려갈 수 있도록 풀었을 때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또 모 선수는 “가끔 보면 코트에서 어떤 생각을 갖고 뛰는지 궁금할 때가 있다”고 꼬집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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