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공평동 지하에 감춰져 있던 조선 초기부터 일제 강점기에 이르기까지 600년의 역사가 시민들에게 공개된다.
서울시는 공평동 1,2,4 지구 도시환경정비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굴된 매장 문화재들을 전면 보존해 2018년 상반기 중 공평동 유구전시관으로 조성해 공개한다고 24일 밝혔다. 이 지역에서는 건물 신축을 위한 발굴 조사 중 15∼16세기 집터와 청화백자 조각, 기와 조각, 분청사기 조각이 대량 발굴됐다.
우선 집터와 유물이 발굴된 원 위치인 신축건물 지하1층 전체가 전시공간으로 조성된다. 높이 6m, 총면적 3,818㎡(약 1,154평) 규모로 서울의 유구 전시관 중 최대 규모다. 사업시행자가 조성해 서울시에 기부 채납하면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운영할 예정이다. 정비사업 구역에서 발굴된 매장문화재가 전면 보존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 동안 정비사업 구역에서 발굴되는 매장문화재는 유구 일부만을 신축 건물의 내ㆍ외부로 옮겨 보존하거나 지하에 부분 보존하는 방식을 취했다.
서울시는 공평동 유구전시관 조성을 계기로 사대문 안 정비사업구역에서 발굴되는 문화재는 최대한 원래 위치에 전면보존을 원칙으로 할 계획이다. 대신 사업시행자에게는 인센티브를 주는 식으로 사업성을 보장해 준다. 공평 1,2,4 지구에는 원래 용적률 999%, 22층과 26층 2개 동 건물이 들어설 예정이었으나 문화재 전면 보존 대가로 용적률 1,199%, 26층 2개 동 건물이 들어서게 됐다.
진희선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은 “이번 전면보존 결정은 문화재를 바라보는 인식과 정책 전환을 통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민ㆍ관협력 방식의 ‘보존형 정비사업 모델’이다”며 “수백년간 켜켜이 쌓여온 역사를 고스란히 만날 수 있는 현장박물관으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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