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친차량으로 사고차 정비해 판매한 도둑들

훔친차량으로 사고차 정비해 판매한 도둑들

대구북부경찰서, 정비업자 등 일당 4명 적발

화물차를 훔친 뒤 분해, 그 부품으로 사고차량을 수리해 판매한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대구 북부경찰서는 24일 훔친 화물차량의 부품으로 사고차량을 수리해 판매한 혐의(특수절도 등)로 무허가정비업자 권모(46ㆍ대구 달성군)씨와 권씨에게 돈을 받고 차를 훔쳐 준 이모(44ㆍ대구 달서구)씨를 구속하고 별건으로 구속수감중인 김모(44)씨 등 2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권씨는 군복무중 익힌 정비기술 등을 활용, 폐차장과 무허가정비공장 등을 운영하면서 사고 난 화물차량을 사들인 뒤 권씨 등이 훔쳐온 같은 모델 차량을 분해, 그 부품으로 수리한 뒤 정상차량처럼 판매했다. 일련번호가 새겨진 엔진과 차대는 놔두고 일반 부품만 재활용했기 때문에 오랫동안 꼬리가 잡히지 않았다.

권씨 일당이 이 같은 훔친차량 부품으로 사고차 수리에 나선 것은 22010년 7월쯤. 지난 7월4일 오전 2시쯤 울산 남구의 한 도로에 주차된 포터Ⅱ 차량을 훔치는 등 5년여 동안 훔친 화물차만 41대에 이른다. 부업 형태로 빈집털이도 하는 등 모두 47회에 걸쳐 훔친 금품은 6억7,300만원이나 된다.

이들은 화물차 절도 단계부터 추적을 피하기 위해 용의주도하게 움직였다. 먼저 사고차량의 번호판을 떼어낸 훔친 차의 번호판을 현장에서 떼어낸 뒤 그 자리에 사고차량 번호판을 부착했다. 이동 중 폐쇄회로TV(CCTV)나 검문을 피하기 위해서다.

사고차량 수리 과정에서도 일련번호가 있는 엔진과 차대는 별도로 처리했다. 추적이 불가능한 부품만 사고차량 수리에 사용했다.

특히 5년 이상 꼬리가 밟히지 않았던 것은 권씨가 폐차장이나 허가 받은 정비공장에서 하청 형태로 정상적인 수리를 한 것도 한 몫을 했다. 경북 경산시의 정비공장 한 켠을 임대한 권씨는 주중에는 일반차량 정비를 하다가 정비공장이 쉬는 주말에만 문제의 사고차량을 정비했다. 정상적으로 정비하면 한 대에 공임으로 100만~200만원 가량만 남지만 이렇게 훔친차량 부품을 활용해 권씨는 1대에 800만원 가량의 차익을 남겼다. 이 중 200만원 가량을 현장에서 차를 훔쳐온 이씨 등에게 건넸다.

경찰 관계자는 “훔친차의 엔진과 차대를 버렸다고 하지만 다른 형태로 돈을 받고 처분했을 가능성에 등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