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YMCA, 인권위에 시정권고 요청
서울의 4년제 사립대학을 졸업한 김모(27)씨는 학점도 남들 못지 않고 900점 넘는 토익(TOEIC) 점수에 각종 자격증도 갖췄다. 하지만 입사시험 서류 전형에서 10차례 넘게 미끄러지자 뭔가 다른 이유가 작용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입사지원 서류에 왜 신체사항이나 가족의 직업을 적으라고 하는 걸까. 혹시 부모님이 무직 상태라 불이익을 받은 걸까.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의구심에 김씨는 입사원서를 내는 것이 두렵다.
국내 대기업 상당수가 입사지원서에서 차별 요인이 될 수 있는 신체사항ㆍ가족사항 등을 여전히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YMCA 시민중계실은 자산총액 30대 기업 중 입사지원서 확보가 가능한 28개 기업에서 각각 계열사 1곳을 골라 분석한 결과 금호아시아나그룹, 부영그룹, 동부저축은행 등 3곳(10.7%)이 키ㆍ몸무게 등 신체사항을 적시하도록 요구했다고 23일 밝혔다. 두산그룹과 신세계그룹 등 13곳(45.4%)은 부모 등 가족사항을 물었고, 한국철도공사와 LS 등 5곳(17.9%)은 결혼 여부도 기재해야 했다.
남자의 경우 병역면제 사유를 적도록 한 곳이 17곳(60.7%)이었으며, 대우조선해양그룹은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한 이유도 요구했다. 신세계그룹은 회사 내 아는 사람의 이름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계정도 기재하도록 했다.
서울YMCA는 구직자에게 불필요한 개인정보를 요구한 기업 사례들이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조사와 시정권고를 요청했다. 인권위는 2003년 대기업ㆍ공기업 입사지원서에 신체사항, 가족사항, 병역면제사유, 종교, 학력사항 등 36개 항목을 제외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안아람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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