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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키나파소 쿠데타 자진 해산… 대규모 유혈사태 피했다

입력
2015.09.23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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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 장기집권 前 대통령 지지파,

내달 대선 통한 민정 이양에 불만… 대통령·총리 구금하고 수도 점거

서아프리카 국가들 현정부 지지에 결사항전 분위기 반전, 협상안 수용

21일 부르키나파소의 수도인 와가두구 근교에서 시민들이 쿠데타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와가두구=AFP 연합뉴스
21일 부르키나파소의 수도인 와가두구 근교에서 시민들이 쿠데타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와가두구=AFP 연합뉴스
22일 부르키나파소 군 평화협상을 이끈 모고 나바 모시족장이 와가두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부르키나파소 대통령 경호부대의 쿠데타가 종료됐음을 발표하고 있다. 와가두구= AFP 연합뉴스
22일 부르키나파소 군 평화협상을 이끈 모고 나바 모시족장이 와가두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부르키나파소 대통령 경호부대의 쿠데타가 종료됐음을 발표하고 있다. 와가두구= AFP 연합뉴스

서아프리카의 부르키나파소에서 일어난 쿠데타가 일주일 만인 22일(현지시간) 진압됐다. 지난 27년 간 장기 독재정권에 시달리던 부르키나파소는 다음달 11일 열릴 예정이었던 대선을 통해 민주정부를 구성하려 했지만 이번 쿠데타로 무산 위기를 맞았다. 한때 친 정부군이 쿠데타 저지를 위해 수도인 와가두구로 진격하면서 대규모 유혈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지만 주변국의 외교적 중재로 쿠데타 세력이 자진 해산했다.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친 정부군과 쿠데타 세력 간 평화협상을 이끈 모고 나바 모시족장은 이날 쿠데타를 일으킨 부르키나파소 대통령 경호부대(RSP)가 수도를 점거하던 상황을 끝내고 기존의 대통령 경호부대 위치로 복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27년 간 장기집권 했던 블레즈 콩파오레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RSP는 지난 17일 쿠데타를 일으킨 후 과도정부를 해산하고 길버트 디엔데레 장군을 위원장으로 하는 새 임시 통치기구인 ‘국가민주위원회’(NDC)를 설립했다고 국영TV를 통해 발표했다.

콩파오레 전 대통령은 정권연장을 도모하다 군부 쿠데타로 축출됐고 지난해 10월 외국으로 망명했다. 군부 세력은 이후 마이클 카판도 대통령을 주축으로 현 과도정부를 구성하고 다음달 11일 열리는 대선을 통해 민주적 정권 이양을 통한 합법적 정부 출범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에 불만을 품은 RSP가 콩파오레 전 대통령의 복귀를 위한 쿠데타를 일으킨 것이다. 당장 53개 국가로 구성된 아프리카연합(AU)은 부르키나파소의 회원 자격을 박탈하는 것으로 쿠데타 세력에 대한 제재에 나섰고, 서아프리카 국가들은 쿠데타 세력과 연루된 인사들에 대한 여행 금지와 자산 동결을 단행했다.

콩파오레 전 대통령을 축출했던 정부군은 21일 수도로 진격하며 쿠데타 세력을 압박했다. RSP가 22일 오전10시까지 자진해서 무장을 해제하지 않을 경우 유혈 충돌도 불사하겠다는 엄포였다. 하지만 RSP를 이끌던 디엔데레 장군이 대통령궁에 진을 치고 결사항전의 태도를 보이면서 상황이 악화됐다. 부르키나파소에 강한 영향력을 가진 나이지리아 등 서아프리카 국가들이 자신을 지지하면 새로운 과도정부를 구성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나이지리아와 세네갈, 토고, 가나 등이 카판도 대통령을 수장으로 한 현 과도정부를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특히 마키 살 세네갈 대통령을 주축으로 한 서아프리카국가 협상팀이 쿠데타 발생 직후인 20일 ▦대선은 10월11일에서 한달 연기한 11월22일 실시 ▦축출된 콩파오레 전 대통령의 측근들의 대선 후보 등록 허용 ▦쿠데타를 일으킨 RSP에 대한 면책 등을 협상안으로 제시하면서 외교적 해결점이 마련됐다.

결국 친정부군은 협상안대로 와가두구에 집결시켰던 군대를 50㎞ 밖으로 철수하는 것으로 쿠데타 연루세력과 그 가족의 안전을 보장했고, RSP는 구금했던 카판도 대통령과 야코바 지다 총리를 비롯한 장관들을 석방하고 자진 해산하는 것으로 쿠데타를 끝냈다.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WAS) 정상들은 23일 와가두구를 방문해 회의를 개최하는 것으로 부르키나파소 정국이 안정적 상황으로 진입했음을 확인했다. 다만 다음달 11일로 예정된 대선이 11월22일로 미뤄질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 과도정부 지지자들은 22일 쿠데타 세력을 순순히 석방한 이번 협상안을 ‘배신’이라 간주하고 길거리 곳곳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번 쿠데타 과정에서 약 10명이 사망하고 10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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