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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청년, 정치세력화 필요하다

입력
2015.09.23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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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정치 청년층 대변 진정성 없어

청년문제의 근본적 접근, 해결 위해

정당설립 등 청년 정치세력화 할 만

새누리당 청년 비례대표 김상민 의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새누리당 청년 비례대표 김상민 의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올해 초 중국의 변화를 보여준 TV 다큐멘터리 내용 중에서 중국 청년들의 창업 열기를 다룬 부분이 인상에 남아 인터넷으로 다시 시청했다. 청년 일자리 창출이 화두인 요즘 한국 사회를 위해 작은 팁이라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중국 경제의 성장세는 둔화하고 있지만 중국 청년들의 창업 열기는 여전히 뜨겁다. 그들의 창업 목적은 물질적 성공이지만 창업 동기는 자본주의사회 청년들의 그것과 조금 구별된다. G2로 성장한 중국에 대한 자부심이 묘하게 겹쳐 애국적 분위기를 띤다. 중국 청년들은 자신의 성공과 애국을 동등한 가치로 연결 짓고 있다. 한결같이 중국의 미래를 낙관했고, 창업이 실패해도 그 어려움은 잠시일 뿐이라고 했다.

중국 젊은이들의 창업 열기는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 같은 롤모델들과 중국 정부의 의도적인 ITㆍ서비스산업 중심 경제구조 재편 등의 영향을 받은 것이겠지만 핵심은 아니다. 오히려 “실패는 늘 있는 것이고, 우린 실패가 두렵지 않다”는 한 청년의 말에서 창업 열기를 관통하는 어떤 힘이 느껴졌다. 그들이 실패를 예비하면서도 창업에 매달릴 수 있는 배경에는 자신이 실패해도 중국이 다시 일으켜 세워줄 것이라는 믿음이 깔려 있다. 그들에게 국가에 대한 자부심, 정부에 대한 믿음을 심어준 것은 결국 정치 지도자들이다.

우리는 어떨까. 청년세대는 국가와 정부를 믿고 의지하고 있을까. 취업이든 창업이든 실패를 해도 국가와 정부가 재기를 돕고 힘이 돼줄 거라는 믿음이 있을까. 현실을 보면 답은 부정적이다.‘헬조선’‘흙수저’‘노오력’등 청년세대들 사이에 난무하는 언어들은 국가와 정부, 기성세대를 힐난하고 비꼬고 야유하며 자신이 처한 현실을 자조하는 것들뿐이다.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흘러 넘치는 희망이니 기대니 하는 말들은 사라졌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야 할까.

정부와 기성 정당이 청년세대의 목소리를 담아내지 못하고 믿음을 주지 못하는 현실에서 는 그들을 대변할 정치세력 하나쯤 있어야 한다고 본다. 총선 때마다 기성 정당들이 인심 쓰듯 던져주는 청년 비례대표 한두 자리로는 청년세대의 고민을 반영하고 해결할 수 없다.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동개혁을 한다는 정부가 정작 청년세대를 논의 구조에서 배제 한데서 보듯 청년세대는 늘 정책 입안과 결정 과정에서 소외돼 있다. 청년세대를 위한다는 정책이나 제도들이 대부분 그런 식으로 만들어졌다.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의 입장에서 고안되지 않으니 정책은 겉돌 수밖에 없다.

기성 정당이 청년 정치인을 육성하고 청년세대를 위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발굴ㆍ발전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기성 정당은 정치공학적 사고와 권력 다툼에 잘 길들여진 조직이다. 청년세대 정책 말고도 다뤄야 할 비중 있는 사안들이 넘쳐나는 곳이다. 그러니 청년세대 문제가 늘 정당 활동의 최우선 순위에 올라 있을 수 없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전국청년위원회에 예산을 단 1원도 배정하지 않은 게 단적인 사례다.

청년세대 문제를 고민하는 청년 정당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정치의 현주소를 보면 현실과 괴리된 이상적인 생각으로 비칠 수도 있다. 그러나 청년세대 목소리를 대충 무시하고 넘어가도 되는 것쯤으로 여기는 정부와 기성 정당, 기성세대의 사고와 태도를 근본부터 바꾸길 원한다면 그 누구든 청년세대의 정치세력화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가능성 여부는 따져봐야겠지만 기성 정당이 향후 정책연대를 가정해 청년 정치인을 육성해서 청년 정당을 인큐베이팅 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과거 몇차례의 시도가 번번이 좌절된 것처럼 청년 정당 설립에는 여러 장애가 있다. 하지만 취업난 주거난 학비난 등 청년세대 주변에 무엇하나 희망이 보이지 않는 최악의 상황에서 맞이하게 될 내년 총선에는 청년세대의 정치세력화가 좀 더 구체화하고 상징적이라도 의미있는 결실이 나올 수 있기를 바란다.

황상진 논설위원 apri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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