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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에서 빛으로… 539명에 새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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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에서 빛으로… 539명에 새 희망

입력
2015.09.2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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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채권 33억 소각해 채무 탕감

금융복지센터 통해 소외계층 지원

"모금 의존 말고 국가예산 투입해야"

‘사람을 살리는 착한 은행’ 주빌리은행 출범식에서 공동은행장인 이재명(왼쪽에서 세번째) 성남시장과 유종일(두번째)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출범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성남시 제공
‘사람을 살리는 착한 은행’ 주빌리은행 출범식에서 공동은행장인 이재명(왼쪽에서 세번째) 성남시장과 유종일(두번째)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출범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성남시 제공

성남시 중원구에 사는 이모(37)씨는 지긋지긋한 채권추심 전화에 시달리다 지난 8월 구청 복지담당을 찾았다. 월세 20만원짜리 단칸방에서 사는 이씨는 몇 년 전 은행으로부터 350여만원을 빌렸는데 이게 대부업체로 넘어가면서 무려 1,825만원으로 불어나 도저히 갚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성남금융복지센터는 추심업체와 협상을 벌여 195만원에 이씨의 채권을 회수해 소각했고 이씨는 새 출발을 눈앞에 두고 있다.

성남시는 악성채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저소득층을 구제하기 위해 빚 탕감 프로젝트에 나선지 1년 동안 33억원어치의 악성채권을 소각해 539명을 구제했다고 23일 밝혔다.

시는 지난해 9월 사단법인 ‘희망살림’과 성남시 종교단체협의회, 기업체, 전통시장상인회 등과 함께 성남시청 광장에서 빚 탕감 프로젝트 출범식을 개최하고 10년 이상 장기연체된 부실채권 26억원을 소각해 171명을 구제하는 첫 성과를 냈다.

이후 천태종 대광사가 11월 2억5,000만원의 악성채권을 소각해 68명을 빚의 늪에서 구해냈고 12월에는 성남도시개발공사가 1,000만원, 시 관내 18개 기업이 2,200만원의 성금을 모아 기부했다.

또 지난 4월에는 성남시기독교연합 소속 100여 곳의 교회에서 홍보활동을 통해 1억원을 모았고, 프로축구 성남시민구단은 빚 탕감 프로젝트 ‘롤링 주빌리’를 유니폼 메인 로고로 사용하면서 홍보에 힘을 보태고 있다.

시는 지난 3월 기초단체로는 처음으로 청사 내 금융복지상담센터를 설치해 금융 소외계층에 구제방안과 법적 절차를 지원하고 있으며 불법사금융신고센터 및 재무상담실을 설치해 채무자의 경제적 자립을 종합적으로 돕고 있다. 지금까지 37명이 개인회생을, 77명이 파산을 신청해 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고 추심업체 협상을 대신해주는 채무대리 서비스도 42명이 받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주빌리 은행을 설립해 이재명 시장이 공동은행장을 맡기도 했다.

이재명 시장은 “정부가 기업을 살리기 위해 170조 가까운 국가예산을 공적자금으로 썼지만 서민을 살리기 위해서는 얼마나 썼냐”면서 “현재 모금으로만 충당하는 빚탕감 프로젝트에 국가 정책과 예산을 투입해 악성 사채로 고통 받는 서민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시는 다음달 2일 주빌리은행과 시기독교연합회 공동 주관으로 73억3,000만원 어치의 악성채권을 소각해 537명을 구제할 계획이다.

왜 무리하게 빚을 낸 사람을 돕냐는 지적도 있지만 이들은 당초 은행으로부터 검증 받아 대출을 받은 뒤 사정 상 악성채무자가 된 것일 뿐 도덕적 해이와는 거리가 멀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시 금융복지상담센터 김주한 센터장은 “이들 악성채권은 은행이 대부업체에 원금의1~10% 가격에 넘기는 바람에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라며 “현재 무작위로 채권을 매입해 소각하고 있지만 상담센터를 경유한 딱한 경우도 구제할 수 있도록 주빌리 은행과 협약을 맺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범구기자 eb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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