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발생한 ‘이태원 햄버거가게 살인 사건’의 진범으로 지목된 미국인 아더 존 패터슨(36)이 도주한 지 16년 만에 23일 인천공항을 통해 국내로 송환되며 혐의를 거듭 부인했다. 사건 발생 이후 미국으로 급히 도주한 이유는 말하지 않았다.
23일 오전 4시26분 대한항공 KE012편으로 인천공항에 도착한 그는 ‘살인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범행현장에 함께 있던 패터슨의 친구인) 에드워드 리가 범인이라고 생각하나’란 질문에는 “같은 사람, 나는 언제나 그 사람이 죽였다고 알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유가족들은 이 고통을 반복해서 겪어야겠지만 내가 여기에 있는 것도 옳지 않다”며 “내가 여기 있다는 사실이 여전히 충격이다. 난 지금 (이 분위기에) 압도돼 있다”고 말했다.
공항을 빠져 나온 패터슨은 법무부 호송차를 타고 이동해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검찰은 22일 오후3시30분(현지시각 21일 오후11시30분)쯤 미국 로스앤젤레스(LA)공항에 기착 중이던 대한항공 KE012편에서 미국 당국으로 패터슨의 신병을 인계 받으며 사전에 발부 받은 구속영장을 집행했다. 법률상 국적기내는 해당 국가의 영토에 해당한다.
패터슨은 1997년 4월 3일 서울 이태원 소재 햄버거가게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고 있던 대학생 조중필(당시 22세)씨의 목과 가슴을 흉기로 9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2011년 기소된 상태다.
당초 검찰은 당시 범행현장에 함께 있던 패터슨의 친구 에드워드 리를 범인으로 판단해 기소했다. 패터슨과 리는 서로 상대가 범인이라고 주장했으나, 검찰은 조씨가 저항한 흔적이 없다는 이유로 조씨보다 거구였던 리를 범인으로 봤다. 그러나 1999년 재상고심까지 거치며 최종 무죄 판결이 났다. 대법원은 “에드워드 리는 범인이 아니라 목격자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판단했다.
이후 검찰은 패터슨을 용의자로 보고 재수사에 나섰으나 그는 당시 검찰이 출국금지를 연장하지 않은 틈을 타 한국을 떠난 상태였다. 범행 이유가 “어깨를 부딪혀서”“재미 삼아”등으로 알려진데다, 수사 부실과 피의자 도피로 인해 국민적 분노는 커져갔다.
2011년 패터슨이 미국에서 붙잡히자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는 그를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패터슨이 범행 직후 머리와 양손, 상ㆍ하의가 피로 범벅이 됐고, 범행도구인 피 묻은 흉기를 하수구에 버리고 옷을 불태운 점 등을 증거로 제시한 상태다. 법무부는 "검찰에서 피고인의 최종적 유죄 판결을 이끌어내기 위해 공소유지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청환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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