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어머니가 뒷마당에 만들었던 텃밭과 별로 다르지 않네요.”
충북 괴산군 괴산읍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유기농산업엑스포에 미국 대통령 부인 미셸 오바마의 백악관 텃밭이 꾸며져 있다. ‘미국 영부인 백악관 텃밭’이라는 이 채소밭을 둘러 본 관람객들은 “미국 영부인 텃밭이라고 해서 뭔가 특별한 게 있을 줄 알았는데 서민들이 가꾸는 것만큼이나 아담하고 소박해 놀랐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이 텃밭은 도시민들이 아이들과 함께 가꾸는 주말 체험 농장을 연상케 할 정도로 작은 규모에 아기자기함과 소박함이 물씬 풍긴다. 텃밭 입구에 세운 안내판이 없었더라면 미셸의 텃밭을 재현했다는 것도 모르고 지나칠 정도다.
조직위원회가 이 텃밭을 만든 것은 ‘생태적 삶, 유기농이 시민을 만나다’를 주제로 한 이번 엑스포와 ‘유기농 채소 옹호자’라는 미셸의 이미지가 딱 들어맞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미셸은 백악관 텃밭에서 가족이 먹거나 푸드뱅크에 기부할 채소를 직접 재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조직위는 미셸이 백악관 남쪽에 직접 조성한 텃밭을 주한 미 대사관의 승인을 얻어 원형에 가깝게 재현했다. 텃밭에서 미셸의 소박함이 도드라지도록 신경 썼다는 게 조직위의 설명이다. 엑스포장에 조성된 백악관 텃밭은 실제 미셸의 텃밭보다는 규모 면에서는 크다. 미셸이 가꾸는 텃밭은 140㎡지만, 조직위가 만든 미셸 텃밭은 이보다 세 배 정도 넓은 480㎡ 규모다. 미송나무 상자에 흙 등을 넣어 만든 텃밭 재배 품목도 우리 여건에 맞게 일부 조정했다. 채소는 모두 26종으로 한국인이 즐겨 먹는 상추, 브로콜리, 청경채, 양파, 부추, 케일, 배추 등을 상자마다 심었다. 미셸도 텃밭에 26종의 채소류를 심어 가꾸고 있다.
조직위가 미셸 텃밭 조성을 검토한 것은 올해 3, 4월께. 미셸에게 엑스포 개막 축하 메시지를 요청하기 위해 수소문하던 중 백악관 텃밭에서 일하는 미셸 여사의 모습을 보고 주한 미 대사관과 접촉했다. 허경재 조직위 사무총장은 “청소년 비만 퇴치, 유기농 채소 재배 등에 관심 있는 미셸 여사의 텃밭이 유기농 엑스포의 주제나 성격에 잘 맞아 지난 6월에 협조를 요청했는데 텃밭을 시연해도 좋다는 답을 얻었다”고 말했다.
충북도는 괴산 유기농엑스포 개최를 바탕으로 2020년까지 유기농 산업 육성에 5,185억원을 투자해 충북을 유기농 산업의 중심지로 만들 계획이다.
괴산=한덕동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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