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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조비, 왜 한국에서만 '올웨이즈'를 불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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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조비, 왜 한국에서만 '올웨이즈'를 불렀나

입력
2015.09.23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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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서울을 찾아온 본조비가 사력을 다한 무대로 진한 감동을 주고 떠났다.

본조비의 내한공연이 열린 22일 밤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 평일 늦은 밤이었지만 야외 무대는 1만 4,000명의 관객으로 꽉 들어찼다. 각자의 추억이 묻어있는 세계적 밴드 본조비를 기다려온 국내 팬들의 갈증을 대변했다.

천하의 보컬리스트 존 본조비(53)라도 겉으로 나타난 세월의 흔적을 빗겨가진 못했다.

새 하얀 머리카락, 주름 가득한 얼굴, 착 달라붙게 입은 검은 상의는 첫 무대부터 흠뻑 젖었다. 고음은 힘에 부쳤다. 전성시대를 열었던 1980~90년대, 20년 전 서울을 찾아왔을 때와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무대가 이어질수록 세월의 흔적은 오히려 새로운 감동으로 변했다. 예전처럼 고음의 폭발은 불가능했지만 죽을 힘을 다해 목청을 높였다. 무대마다 두 손을 모아 마이크를 세게 쥐었다. 깊게 패인 눈은 그윽한 중년의 멋을 더했다. 그렇게 19곡을 단 한차례 쉼 없이 달렸다. 드러머 티코 토레스(62)는 연주에 취해있다가도 한번씩 중후한 미소를 지으며 매력을 발산했다.

한국 관객만의 떼창과 플래카드 이벤트는 본조비를 무대 밖으로 떠나지 못하게 붙잡았다. 그는 심지어 무대 아래로 내려가 스탠딩 좌석을 휘젓기도 했다.

당초 앵콜무대는 3곡만 준비했지만 흥에 취한 본조비는 마이크를 놓지 않았다. 앵콜만 7곡을 부르며 40분간 보너스 무대를 선물했다.

마지막으로 흘러나온 '올웨이즈(Always)'는 좌중을 압도했다. 전주가 나오자마자 비명에 가까운 환호가 공연장을 덮었다. 벅찬 높은음에 멋쩍은 미소를 보였지만 빈 음역대를 관객이 채워주며 무대와 객석은 하나가 됐다. 뜨거운 반응에 놀란 본조비는 심장 위에 손을 올리며 벅찬 감정을 표현했다. "Thank you, Always"라면서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올웨이즈'는 국내에서 큰 사랑을 받았던 곡이지만 '치명'적인 고음 때문인지 본조비가 요즘엔 잘 부르지 않는 노래다. 내한에 앞서 이달 초부터 진행한 4개국 아시아투어에서도 단 한 번 부르지 않았다. 이 날 공연 전 준비된 셋리스트에도 '올웨이즈'는 없었다. 오로지 한국팬들을 위한 깜짝 선물이었던 셈이다.

공연주관사 관계자는 "더블 앵콜 무대도 상당히 이례적인데 한동안 선택하지 않았던 '올웨이즈'를 불러 더욱 놀랐다"며 "한국팬들의 뜨거운 호응에 상당히 기분이 좋았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본조비는 두팔을 들고 배꼽인사를 멈추지 않았다. 또 관객들은 본조비의 '올웨이즈'를 떼창하며 귀가하는 진풍경을 자아냈다. 20년 만에 한국을 찾아온 본조비, 어쩌면 마지막일지 모르겠다는 내한공연. 그러한 이유에서인지 모든 무대의 조명은 꺼졌지만 본조비와 관객들의 여운은 좀처럼 꺼질 줄 몰랐다.

심재걸 기자 shim@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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