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인들 기자회견 “예술의 자유 보장하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위)가 정부 비판적인 예술가들을 정부 지원 대상에서 배제한 데 대해 문화예술계가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한국작가회의, 문화연대, 서울연극협회는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예술가의 집 앞에서 ‘한국 문화예술을 염려하는 문화 예술인들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는 예술 검열을 중단하고 예술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시인 정희성, 극작가 오태영, 연출가 김태수, 문화연대 공동대표 임정희, 서울연극협회 박장렬 회장 등 50여 명의 원로·중견 문화예술인이 참석해 “한 줌의 권력을 위해 예술을 모욕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학계 원로인 정희성 시인은 “지금껏 후배들에게 돌아갈 좋은 기회를 뺏는 것 같아서 예술위 창작기금을 한번도 신청하거나 받아본 적이 없다”고 자신을 소개한 뒤 “정치비판적 문인들에게 불이익을 준다는 얘기를 듣고서 참담한 느낌을 받는다. 가까스로 얻은 민주화의 성과가 하루아침에 무너졌다. 심한 모욕을 받은 느낌”이라며 예술위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태수 연출가는 “민주와 자유의 기본 뜻을 모르는 무리들과 이 땅에 함께 있다는 것이 분통하다. 우리부터 가만 있지 않겠다. 마지막 한 사람이 남을 때까지 창작의 자유를 위해 싸우겠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문체부 국정감사에서 예술위가 ‘아르코문학창작기금’과 ‘창작산실’ 선정 과정에서 이윤택, 박근형 등 특정 작가와 작품을 사전에 검열하고, 심사가 끝난 사안에 개입해 심사 결과를 바꿀 것을 종용한 사실이 밝혀진 후 이에 대한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17일 신진 연극인들의 모임 대학로엑스(X)포럼이 긴급토론회를 열어 정부의 사전검열 행태를 비판한 데 이어 20일 연출가 김석만ㆍ기국서ㆍ김아라ㆍ한태숙, 배우 권병길ㆍ손병호ㆍ김뢰하, 평론가 신현숙ㆍ김방옥ㆍ김미혜 등 중견 연극인 179명이 ‘예술인 탄압을 통탄하는 원로ㆍ중견 연극인들의 성명서’를 통해 “사전검열 재발방지 약속과 문체부 장관의 사과”를 요구했다. 21일에는 공연과 이론을 위한 모임(대표 오세곤), 대학로포럼(대표 채승훈), 한국대학연극학과 교수협의회(대표 이영택), 한국무대미술가협회(대표 김인준), 한국연극배우협회(대표 최일화), 한국연극연출가협회(대표 성준현), 한국연극평론가협회(대표 이미원) 등이 참여한 ‘예술 검열을 반대하는 연극 단체들의 연대 성명서’까지 나왔다. 오는 24일에는 ‘검열을 거부하는 극작가들’(검거작가회의)이 모임을 앞두고 있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