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수단계서 논란 인 내용 대폭 수정
“지금 본 영상에서 어린 소녀들이 어떻게 끌려가던가요?”(교사)
“‘공장에 일하러 간다’며 끌려갔어요.”(학생)
“네 맞아요. 일본군 ‘위안부’피해자들은 거짓말과 협박에 못이겨 원치 않게 끌려가게 되었어요.”(교사)
22일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연희중학교. 이날 오후 3학년 9반 교실에서는 특별한 수업이 열렸다. 이 수업은 여성가족부가 발간한 ‘일본군 위안부 보조교재’를 활용한 시범수업. 일본의 역사 왜곡에 대응하고 위안부 문제를 청소년들에게 이해시키기 위해 제작된 것으로 이날 일선 교육현장에 배포됐다.
32명의 학생들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삶을 재구성한 애니메이션 영상을 감상하는 것을 시작으로 30분 간 일본군 ‘위안부’의 정의, 당시의 시대상황, 강제동원 및 피해 내용 등에 관한 수업을 들었다. 조남경(15)양은 “뉴스, 인터넷 통해 대충만 알았고 관심도 크게 없었는데 수업을 듣고 자세히 알게 됐다”며 “또래 여성들이 피해를 당한 것은 정말 유감”이라고 말했다. 김준현(15)군은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일본 정부의 사과를 반드시 받아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교재는 초(5~6학년)ㆍ중ㆍ고용으로 구분해 각각 퀴즈 등이 포함된 20페이지 가량의 학습 활동지와 파워포인트 자료로 구성돼 있다. 교재 집필자이자 수업을 진행한 권오청(29) 교사는“위안부 문제에 대해 역사 교과서에는 본문에 한 줄, 별도로 한 장 다룬 게 전부”라며 “보조교재 발간으로 위안부 관련 수업을 준비하는 교사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교재에는 지난 4월 감수단계에서 논란이 됐던 부분들도 대폭 수정했다. 위안소를 만든 이유 네 가지 이유에 대해 일본 측의 시각으로만 기술했다는 지적에 따라 해당 내용을 삭제했고, ‘성병 감염’, ‘인공 유산’ 등의 표현도‘일본군에게 지속적으로 성폭력을 당해 몸과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로 바뀌었다. 학습 동영상에서 동네 사람들이 “명자가 일본군들한테 3년 간 몸 팔다 왔대요”라고 수군거리는 부분도 오해를 가져올 수 있는 부분으로 판단해 삭제했다.
교재 집필에 참여한 남상구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학생들이 수요집회에 참가하는 등 위안부 문제에 관심은 많지만 정작 물어보면 어떤 역사적 사실이 있었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번 교재 발간으로 고노담화 등 이 문제를 놓고 한ㆍ일 간에 있었던 일, 나아가 보편적인 인권 문제까지 관심을 갖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사진=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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