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메일 스캔들 등 여파로 대선 레이스 초반부터 흔들렸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다시 살아나는 조짐이다.
미국 CNN 방송과 ORC 인터내셔널이 공동으로 실시해 21일(현지시간)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클린턴 전 장관은 민주당 성향 유권자들 사이에서 전국적으로 42%의 지지를 얻어 24%에 그친 경쟁자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을 18% 포인트 앞섰다.
샌더스 의원이 최근 클린턴 전 장관을 무서운 기세로 추격해 이달 들어 대선 풍향계로 여겨지는 아이오와 주에서 43%대 33%, 뉴햄프셔 주에서 52%대 30%로 각각 앞선 점을 고려하면 클린턴 전 장관이 바닥을 찍고 본격적으로 반등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 조사에서 출마 여부를 저울질하는 조 바이든 부통령은 22%로 샌더스 의원을 바짝 따라붙었다. 특히 클린턴 전 장관은 바이든 부통령이 출마를 포기할 경우 지지율이 57%로 급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나 향후 경선 가도에서 이른바 '바이든 변수'가 상당한 파괴력을 가질 것이라는 관측을 낳았다. CNN은 "바이든에 대한 지지는 대부분 클린턴 지지층에서 나왔다"며 "부통령이 경선 레이스에 없다면 클린턴의 지지율은 15% 포인트 급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의회전문매체인 '더 힐'도 "샌더스가 아이오와와 뉴햄프셔 등 초기 경선지역에서 기반을 다지고 있지만, 최근 여러 건의 전국적 조사에서 클린턴 전 장관이 선두를 지키고 있다"고 전했다.
미 언론은 클린턴 전 장관이 지난 8일 이메일 스캔들에 대해 "사과한다"고 밝힌 것을 계기로 지지율 하락이 사실상 바닥을 찍은 게 아닌가 조심스레 관측했다. 또 클린턴 캠프가 대세론에 올라타 쉽게 가려는 전략을 접고 적극적 선거운동으로 전환한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클린턴 전 장관은 공화당 주자들의 2차 TV토론이 열린 지난 16일 NBC방송의 '투나잇 쇼'에 출연해 도널드 트럼프로 분장한 코미디언과 농담을 주고받는 파격적 모습을 연출했다. 또 지난 17일에는 한 유세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외국에서 태어난 무슬림"이라는 청중의 발언에 동조해 후폭풍을 맞은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에 대해 "끔찍하다"며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클린턴 전 장관 캠프는 향후 캠페인에서 국무장관과 상원의원 등 당시의 국정 경험과 오바마케어와 이란 핵합의를 비롯한 현 정권의 업적에 관한 역할을 강조함으로써 민주당 골수 지지층의 표심에 호소한다는 복안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지후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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