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그리스의 구제금융 합의를 이끈 알렉시스 치프라스 전 총리의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이 20일 실시한 조기 총선에서 예상 밖의 손쉬운 승리를 거뒀다.
외신들에 따르면 현재 개표율 99.5% 기준으로 시리자는 35.5%를 득표해 보수 정당인 신민주당(28.1%)를 비교적 큰 차이로 앞질러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로써 시리자는 전체 의석 300석 중 지난 1월에 비해 4석 적은 145석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2위인 신민주당은 75석에 그쳤다.
의석 과반을 얻기에는 6석이 부족하지만 시리자는 지난 연정 파트너인 우파 독립그리스인당과의 연정을 맺을 예정이다. 독립그리스인당은 이번 총선에서 3.7%를 득표해 10석을 얻었다.
20일 치프라스 전 총리는 수락연설에서 “정직과 근면으로 우리는 노동자 계급을 위해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총선 이틀 전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시리자와 막상막하의 대결을 펼칠 것으로 예측됐던 신민주당의 에반겔로스 메이마라키스 대표는 개표가 20% 이뤄진 상황에서 패배가 유력해지자 치프라스에게 축하의 뜻을 전했다. 그리스의 구제금융 협상에서 우군을 자처했던 프랑스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외국 정상으로는 가장 먼저 축하의 말을 전했다.
치프라스 전 총리는 올해 치뤄진 선거에서 모두 승리했으나 이번 조기 총선은 역대 최저 투표율을 기록하면서 국민 신뢰 회복이라는 과제를 안게 됐다. 지난 1월 시리자가 긴축 반대를 내세워 돌풍을 일으킬 당시 투표율은 63%였다. 또한 지난 7월 치프라스 전 총리가 채권국의 구제금융안 거부를 요청하며 치른 국민투표의 투표율이 62.5%였다. 그러나 치프라스 전 총리는 국민투표 후 3차 구제금융을 받기 위해 국민투표에서 부결됐던 제안보다 더 혹독한 구제금융안을 제시했다. 구제금융안 타결 이후 내부 분열이 가중되자 지난 달 내각총사퇴로 치뤄진 이번 총선에서 투표율은 55%를 기록했다.
사임 후 지지율이 급락하는 등 실권 위기에 놓였던 치프라스 전 총리는 20일 승리가 확실시되자 지지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리스인들이 내부에서 싸움을 수행하고 나라밖에서는 우리 민족의 자존심을 유지하라는 확실한 명령을 내렸다”며 “오명을 벗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본격적인 구제금융 협상 이행도 치프라스 정부를 압박하게 된다. BBC는 그리스가 세금인상과 임금과 보조금의 삭감 등 더욱 힘든 시간을 앞두고 있으며 치프라스 전 총리가 누구도 부러워하지 않는 미결 서류함을 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르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은 이날 트위터에 시리자의 승리를 축하한다면서도 “이제 확실한 정부가 협약을 수행할 준비가 빨리 필요하다”며 3차 구제금융 협약 이행을 촉구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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