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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美, 정부 지원으로 민간 자율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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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美, 정부 지원으로 민간 자율 규제

입력
2015.09.21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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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환경에 신속한 대처 가능

얼마 전 영국에서는 유튜브 스타들이 과자브랜드 오레오에 대한 영상을 만들어 배포했다. 동영상이 재생되기 전에 나오는 몇 초짜리 광고 영상이 아니라 오레오를 주제로 한 5분 이상의 영상이었다. 10여명의 유튜브 스타들이 광고인지 개인 영상물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이 영상물을 게재하고 화제가 되자 영국의 광고표준위원회(ASA)가 나섰다. 이 유튜브 영상이 제품을 광고하는 게 분명하기 때문에 ‘광고중(용)’이라는 문구를 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국에서는 ‘동영상 블로거’로 불리는 이 유튜브 스타들은 각자 6만명 이상의 팔로워를 두고 있어 이들이 게재한 영상물의 광고 효과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ASA는 “인터넷 소비자가 읽고 보는 콘텐츠에 상업적으로 접근해 (광고를) 의도하는 영상임을 인식하기 어려운 경우 콘텐츠와 광고를 명백히 분리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미국과 영국 등 일부 선진국들은 이처럼 인터넷 콘텐츠에 대해 나름대로의 심의하고 규제하는 제도가 마련돼 있다. 정부 기관이 아닌 민간자율기구가 자체적으로 심의와 제재기준을 만들어 운영하는 것이지만 정부가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예산도 지원하기 때문에 실효성 있는 심의, 규제가 가능하다.

영국은 2003년 기존의 통신위원회와 독립텔레비전위원회, 방송기준위원회 등 5개 기관의 기능을 통합해 오프콤(Office of Communications)을 출범시켰다. 이 기구의 역할은 BBC 등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내용을 심의 규제하는 것. 인터넷 콘텐츠에 대한 감시활동은 1996년에 만들어진 민간자율기구인 인터넷감시재단(IWF)이 하고 있다. IWF는 시민, 사업자, 정보제공자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인터넷 콘텐츠에 대한 등급 분류 기준 등을 마련한다. 인터넷 사업자와 이용자 간 분쟁이 발생할 경우에는 오프콤이 이를 조정한다. 인터넷 광고에 대해서도 오프콤과 자율규제기관인 ASA가 공동으로 규제체계를 마련해 운영 중이다.

미국도 비슷하다. 방송과 인터넷 관련 정책을 담당하는 것은 연방통신위원회(FCC)와 연방무역위원회(FTC)이지만, 인터넷 콘텐츠에 대한 심의는 인터넷콘텐츠등급협회(ICRA), 사이버엔젤스 등 시민단체들이 맡아 등급판정, 모니터링, 관련 법률 마련, 불법 유해물 신고를 위한 핫라인 설치 등을 수행한다. 대신 정부는 이러한 자율규제 시스템이 유지될 수 있는 법적 근거 등을 마련해 지원한다. 인터넷 광고 역시 전국광고심의기구(NARC)에 의해 감시되고 있다. NARC는 전국광고주협회, 미국광고대행사협회, 미국광고연맹 등이 공동으로 설립한 자율기구로 광고 규제와 심의 기준을 자체적으로 마련해 운영한다. 미 연방무역위원회는 최근 블로그나 언론사 사이트 등에 노출되는 광고에 대해 영국과 마찬가지로 ‘광고중’ 표시를 하라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콘텐츠인지 광고인지 인식하지 못하는 광고물을 구분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정비했다.

이처럼 민간자율기구가 인터넷 감시를 맡으면 빠르게 변화하는 인터넷 환경에 신속한 대처가 가능해진다. 대신 민간기구라 하더라도 심의와 제재가 실효성이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 주도형 자율규제’가 정착돼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라는 정부기구가 있지만 인터넷 콘텐츠를 모두 포괄하지 못하고, 자체 모니터링 활동을 하는 많은 시민단체들은 공식적으로 위탁하는 제도가 미비해 사실상 인터넷을 통한 무자비한 광고 노출을 막을 길이 없다. 콘텐츠 등급 심의나 광고 규제는 네이버, 다음 등 인터넷사업자 당사자에게 맡겨진 상태다. 방통심의위의 한 관계자는 “시민단체들이 제각각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감시단체를 통합해 시스템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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